3일 열린 여야 대선후보 첫 TV 합동 토론에서 후보들은 서로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며 120분간 양보 없는 난타전을 벌였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장동 특혜 의혹'으로 불꽃이 튀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필두로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추궁에 가세하면서다. 이 후보는 민간 사업자의 거액의 개발이익을 환수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대장동 의혹보다는 민생 논의가 필요한 자리라며 화제 전환에 애를 썼다.
윤 후보는 이날 작심한 듯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을 파고들었다. 공통주제인 부동산 분야의 첫 질문 상대로 이 후보를 지목한 윤 후보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 대장동 개발사업에 들어가는 비용과 수익을 정확히 가늠하고 설계한 것이 맞느냐"라고 따져물었다. 이 후보는 "제가 (지난해) 국정감사를 자청해 이틀 동안 탈탈 털다시피 검증했다. 가능하면 민생과 경제에 대해 얘기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윤 후보의 주도권 토론 시간도 사실상 '대장동 공방'으로 진행됐다. 윤 후보는 이 후보에게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들인) 김만배나 남욱 이런 사람한테 1조 원 넘게 가져가도록 설계한 게 시장을 제끼고 한 건지 아니면 사업 위험성이 많으니 남는 거 다 먹게 한 건지 둘 중 뭐냐고 묻는 거"라며 재차 압박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는 저축은행 대출비리는 왜 봐줬나, 김만배 누나는 왜 (윤 후보) 아버지 집을 산 거냐"라고 맞받았다. 또 "(김만배가) '내가 한마디만 하면 윤 후보는 죽는다'고 얘기하지 않았느냐"라며 최근 김씨의 녹취록을 근거로 윤 후보에게 공을 넘겼다.
두 사람 간 공방이 이어졌으나 어느 한쪽도 물러서지 않았다. 윤 후보가 손을 크게 흔들면서 "제가 보니 여기에 대해 답을 못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자, 이 후보도 "여기는 특검 뽑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언성을 높였다.
윤 후보는 안 후보에게 "지금 들으셨을 텐데 시장(이 후보)이 바보여서 밑에 사람이 조 단위 이익을 먹고 기소된 거냐, 아니면 시장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설계를 한 것이냐"라고 우회적으로 공격했다. 안 후보는 "본질은 1조 원 가까운 이익이 민간에 갔다는 게 제일 큰 문제"라며 윤 후보를 측면 지원했고, 윤 후보는 이 후보가 보란 듯 큰 소리로 웃었다.
심 후보도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씨와 김만배씨의 배임 혐의를 유죄로 보나 무죄로 보느냐"라며 이 후보 압박에 가세했다. 이 후보는 "모르겠다. 검찰이 기소했으니까 혐의가 있겠죠"라고 짧게 답했다.
대장동과 관련한 질문은 이 후보에게 집중된 반면, 심 후보와 안 후보의 질문은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윤 후보를 향했다. 특히 심 후보는 윤 후보의 노동관을 집중 검증했다. 윤 후보가 과거 '주 120시간 노동' '최저임금 폐지' 발언 등에 대해 "사실과 다른 얘기"라고 답변하자, 심 후보는 주 120시간 노동 발언에 대해 "처음엔 실언이거니 했지만 평소 신념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네거티브를 심하게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는 윤 후보의 주택청약과 관련한 '말실수'를 이끌어 냈다. 안 후보가 "청약점수 만점이 몇 점인지 아느냐"라고 물었고, 윤 후보는 "40점"이라고 답했다. 이에 안 후보가 "84점"이라고 정정해줬다. 이어 "서울 지역 청약 커트라인이 어느 정도인지 아느냐"라고 묻자, 윤 후보는 "거의 만점이 돼야 하지 않느냐"라고 답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62.6점"이라고 바로잡아 줬다. 윤 후보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청약통장 관련 말실수를 한 전력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질문에는 강하게 맞받아치면서도 상대적으로 안 후보와 심 후보의 질문엔 겸손한 태도로 답하는 모습이었다. 안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집값 폭등은) 부동산 국가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하자, 이 후보는 "공감한다"고 호응했다. 심 후보가 "어떤 성폭력 대안보다 정치 지도자의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한 것에도 "동의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