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기다렸다 당했다"... 한덕수 기습 담화에 野 탄핵열차 급시동
한덕수 탄핵 카드에 뜸을 들이던 더불어민주당이 2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기습 담화에 허를 찔리자, 탄핵 열차를 서둘러 출발시켰다. 당초 한덕수 권한대행을 압박하기 위해 27일 오전까지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데드라인을 내걸었지만 이마저도 철회한 급발진이다. 한 권한대행의 노골적 버티기를 1초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강경 기류가 지배적이지만, 사상 초유의 권한대행 탄핵 사태가 가져올 국정 혼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한덕수 다음 권한대행이 또다시 같은 행보에 나설 경우 연쇄 탄핵에 나서야 하는 부담도 크다. 당초 민주당이 설정한 탄핵 데드라인은 27일 오전이었다. 26일 오후 본회의에서 국회몫 3인의 헌법재판관 선출안을 통과한 뒤 한 권한대행이 스스로 결단할 수 있도록 24시간의 말미를 줬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은 이날 본회의가 열리기 30분 전 긴급 담화를 열고 "여야 합의 없이는 임명을 보류한다"며 또다시 국회에 공을 넘겼다. 여야 정치력을 운운하며 탄핵안에 불을 붙였던 24일 담화를 똑같이 반복하며 선수를 친 것이다. 민주당은 격분했다. 한 권한대행의 담화 당시 의원총회를 열고 있던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즉각 탄핵" "더는 기다릴 것 없다" "이 정도면 빨리 탄핵을 해달라는 것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권한대행이 아니라 내란대행임을 인정한 담화”라며 "가장 적극적인 권한행사인 거부권은 행사를 해놓고, 가장 형식적인 권한행사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탄핵안을 오늘 본회의에서 즉각 보고하고 27일 표결하겠다"고 못 박았다. 탄핵안은 보고 이후 24시간 이내 72시간까지 표결이 가능하지만, 질질 끌 필요 없이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27일 탄핵안 보고, 늦어도 30일 표결' 시나리오를 최대 3일 앞당긴 스케줄이다. 이후엔 속도전 그 자체였다. 민주당은 미리 준비해놓은 탄핵안을 본회의 직전 바로 제출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채해병·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점 △12·3 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한 점 △계엄 직후 당정 공동 국정운영 구상을 밝힌 점 △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방기한 점 △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점 등 5가지를 주요 탄핵 사유로 적시했다. 국무총리로서의 탄핵사유 3가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탄핵사유 2가지다. 이날 오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이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계엄 건의와 관련해 사전에 총리께 먼저 보고했다'는 내용을 서둘러 추가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구체적으로는 내란을 사전에 보고받았다는 부분이 가장 근본적인 탄핵 사유"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 대행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한덕수 탄핵 칼을 빼들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당장 의결정족수를 두고 야당은 총리 기준(151석)을, 여당은 대통령 기준(200석)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이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불가피해졌다. 여당이 대놓고 "버티라"고 주문한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이 자리를 지키고 나설 경우 국정 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덕수 권한대행 다음으로 권한대행을 맡게 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기획재정부 장관도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올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에서 “그래도 이 나라에서 녹을 먹었던 공직자 중에 하나쯤은, 국회에서 정한 대로 임명할 공직자가 있으리라는 기대를 걸고 따박따박 탄핵하겠다”며 추가 탄핵을 시사했다. 그러나 여당이 "제2의 IMF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며 국정 혼돈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는 상황에서 탄핵 역풍에 대한 우려도 민주당의 고민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