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을 앞두고 대형항공사(FSC)에서 반납될 '알짜노선'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LCC업계에선 당장 인천국제공항이 아닌 김포공항발(發) 도쿄·상하이(上海)·울란바토르 노선 등 현재 보유 기종으로 활용 가능한 '단거리 구간'부터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치열한 눈치게임까지 벌이고 있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결정을 앞두고 LCC업계는 기대감에 찬 분위기다. 일부에서 나올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과 운수권 재배분이 LCC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의 키를 쥔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양사의 일부 슬롯 반납과 운수권 재배분 등을 이행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양사의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위의 전원회의는 9일로 예정된 상태다.
그동안 중·단거리 노선에 치중해 온 LCC업계에게 양대 국적 항공사에서 장악해온 단거리 노선 확보는 절대적이다. 우선 중·대형기를 도입해야 취항이 가능한 서유럽이나 일부 미주 노선 대신, 현재 운항 중인 기종을 활용할 수 있고 수요도 높은 김포공항발 일본과 중국의 알짜노선이 주요 타깃이다.
업계에 따르면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전체 국제선 편수 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은 83%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기준 김포~도쿄(하네다) 노선은 국내 항공사 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이 각 주 21회 운수권을 확보했다. 김포~베이징(北京)과 김포~상하이 노선도 양사에서 각 주 7회의 운수권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 결정 이후, 어느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을 배분할지 여부는 국토교통부가 추후에 판단할 사안이란 점에서 LCC업계에선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 놓고 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FSC와 경쟁할 만한 규모의 LCC는 우선 두 대형항공사에서 보유했던 김포~도쿄(하네다), 김포~베이징, 김포~상하이를 포함해 소비자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단거리 노선의 사업성 검토에 착수했다. LCC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이 나지 않은 데다 운수권·슬롯의 배분은 국토부의 결정 사안인 만큼 아직은 검토 단계"라면서도 "김포에서 출발하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울란바토르 등 단거리 노선을 포함해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노선까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엔 제주항공이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의 신규 취항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몽골 노선은 코로나19 이전 연간 33만 명의 항공 수요가 보장된 '황금 노선'으로 꼽힌다. 그 밖에 FSC가 운항하고 있는 서유럽 운수권과 슬롯이 반납될 경우에 대비해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기종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티웨이항공도 알짜노선 중 싱가포르 등 김포공항발 단거리 국제선은 물론,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미국 로스앤젤레스 및 뉴욕 등을 운항하는 사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티웨이항공은 최근 A330-300 1호기를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호주와 크로아티아, 모스크바까지 운항이 가능한 기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