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경기도 직원에게 사적 심부름을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민주당이 2일 진화에 나섰다. 3일 대선후보 4자 TV토론을 앞두고 약 대리 처방·수령 등 이른바 '황제 의전' 논란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다. 김씨가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추가 폭로까지 나왔다.
SBS는 지난달 28일 전직 경기도 별정직 비서 A씨 주장을 인용해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이었던 배모씨가 A씨에게 김씨의 약 대리 처방·수령과 음식 배달 등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여기에 KBS는 이날 A씨의 제보를 토대로 '김씨가 비서실 법인카드로 반찬과 식사를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법인카드 사용이 금지된 시간대를 피하기 위해 A씨 카드로 먼저 계산한 뒤 추후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재결제하는 편법을 사용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김씨는 그간 '무대응'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첫 의혹 보도가 나온 5일 만에야 고개를 숙였다. 김씨는 이날 입장문에서 "그동안 고통을 받았을 A 비서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린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다.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친분이 있는 배씨에게 도움을 받은 적은 있으나, 배씨와 A씨의 연관성은 몰랐다는 취지였다.
심부름을 시킨 당사자로 지목된 배모씨도 이날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김씨와 관련이 없으며 모두 자신이 시킨 일이라고 했다. 그는 "면목 없게도 최근에서야 제가 A씨에게 했던 일들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돌아봤다.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A씨에게 요구했다"며 "이 후보를 오래 알았다는 것이 벼슬이라 착각했고,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A씨에게 각종 요구를 하면서 벌어진 일들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당사자와 국민 여러분, 경기도청 공무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늑장 대응은 관련 의혹이 정쟁화 조짐이 보이면서 이를 차단하려는 조치인 셈이다. 민주당도 그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겨냥한 공세를 펴온 터라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3일 TV토론에서도 김씨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파상공세에 나섰다. 이양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공직자 배우자가 공과 사를 구분 못 하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다. 비선 실세는 바로 이렇게 탄생하는 것"이라며 "집안일을 공무원이 맡아서 해주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는 해명을 들으니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은 "배 사무관을 사적 비서로 유용하기 위해 채용한 것 자체가 국고손실 범죄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JTBC에 출연해 관련 질문을 받자 "김건희씨가 검찰총장 부인이라는 이유로 한동훈 검사장에게 검언유착 당시 4개월 동안 9번 전화, 352차례 메세지를 주고 받은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며 윤 후보를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