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대표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막판 담금질

입력
2022.02.0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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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기 "요즘 애들 긴장 안 해…올림픽 자세가 좋다"
이유빈 "폐쇄된 분위기 속 '누가 더 즐기냐' 관건"
중국 텃세 우려는 여전…"바람만 스쳐도 실격"

쇼트트랙은 한국 동계스포츠의 핵심 종목이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김기훈이 한국 최초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을 시작으로 평창 대회까지 24개의 금메달을 수확하며 동계 효자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선 예전과 같은 성적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그건 외부의 시선일 뿐이다.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에 입성, 첫날 휴식을 취했던 쇼트트랙 대표팀은 2일 오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3일 차 공식 훈련을 진행했다. 한국 바로 뒤에 훈련 일정이 잡혀 있는 중국 대표팀의 한국인 지도자 김선태 감독이 훈련을 지켜봤지만 한국은 아랑곳없이 속도를 높였다. 약 50분간의 스케이트 훈련이 끝난 뒤에는 선수들이 한데 모여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념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기념 촬영 아이디어는 맏형 곽윤기(33·고양시청)가 낸 것이었다. 밴쿠버, 평창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올림픽인 곽윤기는 "그동안 올림픽을 돌이켜보면 놓치고 온 것들이 너무 많았다.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어서 영상과 사진을 찍었다. 얘들은 정신이 없을 테니까 제가 억지로 챙겨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훈련은 제가 터치 안 해도 너무 잘 하고 있다. 또 요즘 얘들은 긴장도 안 한다. 나만 너무 긴장하는 것 같다"며 "올림픽을 대하는 자세가 저보다 훨씬 좋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훈련을 마치고 믹스드존에서 만난 이유빈(21·연세대)도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분위기 전환용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냐'라는 취재진의 물음에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전환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이유빈은 "올림픽이 '축제'라고 하지만 폐쇄된 채 대회를 치르다 보니 축제의 맛을 느낄 수가 없어서 아쉽다"며 "얼마나 가라앉지 않고 즐길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 같다. 시합에 임하는 데 있어서 긴장하지 않고 얼마나 즐겨서 잘 타느냐가 올림픽 성공의 키워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계주선수로 참가했던 이유빈은 이제 어엿한 1,500m 에이스다. 전날 AP통신은 한국이 금메달 4개를 따낼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유빈의 여자 쇼트트랙 1,500m 금메달을 예상했다. 이유빈은 "보도를 알고 있진 못했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예상한 만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중국의 홈 텃세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곽윤기는 "선수들이 중국에 대한 의식을 많이 한다. 중국 텃세는 지난해 10월 1차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때 이미 경험했다. 바람만 스쳐도 실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눌 정도로 판정에 대해서는 예민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전 올림픽의 경우 만약 남자부에서 오심이 나오면 여자부를 봐주거나, 여자부에서 문제가 있었으면 남자부에서는 감안한 판정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계속 불리한 판정을 당할 것 같다. 걱정된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베이징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