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코로나 탓 의료 폐기물 급증... 인간에 위협"

입력
2022.02.01 16:00
2020~2021년 유엔 통해 배송된 PPE
"8.7톤 중 대부분이 의료폐기물 될 것"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의료 폐기물이 급증하면서 전 세계의 의료 폐기물 관리 시스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의료 폐기물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없는 경우 지구 환경은 물론 인간 건강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3월~2021년 11월 사이 유엔 공동긴급조치를 통해 각국으로 배송된 개인보호장비(PPE) 약 8만7,000톤 중 대부분이 의료 폐기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WHO는 또 “코로나19 진단키트 1억4,000여개는 주로 플라스틱인 비감염성 폐기물 2,600톤을 만들어 냈으며 73만1,000리터에 달하는 화학적 폐기물을 방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접종된 코로나19 백신은 80억 회분에 이르며, 이는 주사기와 주사바늘, 보관상자 등 14만4,000톤의 추가 폐기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도 짚었다.

하지만 의료 폐기물들을 적절히 처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WHO는 지적했다. WHO에 따르면 보건 시설의 30%는 팬데믹으로 추가된 의료 폐기물은커녕 기존 폐기물을 처리할 수 없는 상태다. 이조차 선진국을 포함했을 때나 나오는 수치다. WHO는 빈국의 보건시설 중 60%가 폐기물 처리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는 결국 인간에게 피해가 돌아온다는 것이 WHO의 설명이다.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바늘 등 병원성을 띈 물체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 의료 폐기물을 소각할 때 대기가 오염되며, 매립하는 경우에도 수질오염 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WHO는 우려했다. 만디프 달리왈 유엔개발계획(UNDP) 보건 및 개발이사는 “의료 폐기물 관리는 공급망의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의료 폐기물을 부적절하게 취급하는 것은 심각한 공중 보건 및 환경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사람과 지구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WHO는 PPE 제조에 재활용 및 생분해성 소재를 사용할 것을 독려했다. 또 강력한 국가 정책 및 규제, 정기적인 모니터링, 행동 변화 지원 및 인력 개발,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리아 네이라 WHO 환경ㆍ기후변화ㆍ보건국장은 “코로나19는 우리가 의료 자원을 생산, 사용 및 폐기하는 방법을 고려하도록 했다”며 “의료폐기물 흐름을 관리하는 모든 단계에서 중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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