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동부, 허리케인급 눈보라… 비상사태 선포 속출

입력
2022.01.30 10:12

미국 북동부 해안 지역에 거센 눈보라가 몰아쳐 각 주에서 비상사태 선포가 속출했다. AP 통신이 '허리케인급'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강도가 셌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버지니아주부터 메인주까지 미 북동부와 동부 연안 지역을 강풍과 폭설을 동반한 겨울폭풍이 강타했다. 이에 따라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뉴저지, 뉴욕, 로드 아일랜드 등 각 주에서 비상사태 선포가 잇따랐다.

이에 따라 정전, 비행편 결항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에서는 12만 가구가 정전됐다. 비상사태가 선포된 다른 지역에서도 대규모 정전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또 뉴욕과 보스턴, 필라델피아를 중심으로 항공편 4,500편이 대거 취소됐다고 AP는 보도했다. 주말까지 6,000편이 결항된 상태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전미여객철도공사 암트랙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워싱턴DC 고속열차 운행을 전면 취소했고 눈보라 영향권에 든 다른 지 매사추세츠주 케이프 코드에는 강풍이 시속 83마일(134㎞)로 몰아쳤다. 매사추세츠주 동부 지역과 로드아일랜드주에선 시속 60마일(96㎞)의 돌풍이 불었다.

강풍에 따른 주민 피해도 우려된다. 뉴햄프셔주와의 경계인 보스턴 북쪽 지역에서는 해안가에 사는 주민들에게 고지대로 이동하라는 권고가 내려졌다. 보스턴 남쪽 노스웨이머스 등지에서는 해안 범람으로 도로가 물에 잠겼다. 캐시 호컬 뉴욕주 주지사는 회견에서 "아주 심각한 폭풍이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이동 자제를 당부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주말이라 사람들의 이동이 평일보다 적다는 점이다. AP 통신은 "나무를 부러뜨리거나 전선을 훼손할 가능성이 덜한 마른 눈이고, 주말이라 학교가 닫고 통근 행렬이 적다는 게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전했다. 남동부 플로리다주까지 기온이 떨어지면서 나무에서 동면하던 이구아나가 떨어지기도 했다고 WP는 전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는 폭설을 피했다.

미국에서는 겨울에 북동부 해안 지역을 강타하는 이 같은 겨울폭풍을 '노리스터(Nor'easter)'라고 부른다. 이번 눈보라는 일요일인 30일 오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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