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86 용퇴론'... 與 초선들 "다선 의원, 정치 계속할지 고민해야"

입력
2022.01.2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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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86 용퇴론' 불씨 살리기 차원
"생계형 정치는 의미 없다" 직격도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28일 "다선(多選)의 시간 동안 시대의 과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거나 국민의 고통을 덜고 희망을 보여줄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면 그런 정치를 계속해야 할지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당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이 미풍에 그칠 조짐을 보이자 중진들의 결단을 촉구하며 쇄신 흐름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고영인·이용우·민형배 등 초선 40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과에 책임지지 못하는 정치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정치는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시대적 과제에 대한 답을 드리지 못하는 정치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치를 하는 이라면 일정한 때가 되었을 때 국민들로부터 소환장을 받게 된다"며 "586 용퇴론이 나온 배경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계형 정치, 변화와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치는 의미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결국 공적 과제가 남아 있는 정치세력만 남게 될 것이며 국민들은 그런 세력만 남길 것"이라며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반성하고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평등과 격차 해소 △전염병 △기후 △평화의 위기대응 △정치 혁신 을 시대의 과업으로 꼽고 "비상한 각오로 비전과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다짐했다.

그간 이동학 청년 몫 최고위원과 권지웅 청년선대위원장 등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개별적인 '86그룹의 용퇴'를 요구한 적은 있었지만, 당내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25일 송영길 대표의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86 용퇴론'의 물꼬를 텄지만 중진들의 동참이 없어 '용두사미'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설 민심을 겨냥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인적 쇄신론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초선들이 쇄신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원외 청년 정치인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선배 정치인들에게 요구한다"며 "시대에 뒤쳐진 낡은 정치에 안주하지 말고 직접 발로 뛰어 국민을 찾아가달라"고 촉구했다.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