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에선 벌써 '봄꽃 신호등'이 반짝반짝

입력
2022.02.01 13:00


동장군의 기세가 아직 매섭지만 남쪽에선 벌써 봄소식이 전해오고 있다. 빨간색 노란색 흰색으로 활짝 피어난 꽃들이 파란 하늘, 초록색 이파리를 배경으로 피어난 모습이 마치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등' 같다.

지난달 25일 전남 완도수목원은 소복이 쌓인 흰 눈을 비집고 나온 노란 복수초의 모습을 공개했다. 복수초는 야생화 중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봄의 전령사’로도 불린다. 다음 날엔 서울 동대문구 홍릉 숲에서도 복수초 개화가 관측됐다. 올겨울 홍릉숲의 복수초 개화는 평년 개화일(2월 12일)에 비하면 2주 이상 빨랐다. 12월부터 이어진 이른 한파가 최근 누그러지면서 전국에서는 형형색색의 봄꽃 개화가 이어지고 있다.




절기상 '대한'이던 지난달 20일을 전후해 홍매화와 백매화가 앞다퉈 피어났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 공원의 홍매화가 가장 먼저 붉은 꽃잎을 풀어 헤쳤고, 양산 통도사에 있는 자장매의 마른 나뭇가지에도 탐스러운 꽃망울이 촘촘히 매달리기 시작했다.

매화는 다른 꽃나무에 비해 개화 시기가 빠르다. 그래서 매실나무를 ‘꽃의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화괴(花魁)’라고도 부른다. 매화는 꽃이 피는 시기와 모양에 따라 동매(冬梅)·설중매(雪中梅)·백매(白梅)·홍매(紅梅) 등으로 불린다. 특히, 추위를 이겨내고 피어난 백매화는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여겨져 선비들이 가까이했고, 화가들은 홍매화의 아름다운 자태를 즐겨 그렸다.

하얀 겨울 녹차밭에 피어난 붉은 동백꽃이 햇살에 반짝인다. 동백은 매화와 더불어 청렴과 기개의 상징으로 통했고, 선비들은 동백과 매화를 엄한지우(嚴寒之友)라고 부르며 벗으로 교감해 왔다.




제주는 이미 봄꽃이 물결을 이룬다. 하얀 꽃잎이 노란 꽃잎을 둘러싼 모양새의 수선화 군락은 마치 유치원생들이 한꺼번에 재잘거리듯 생기발랄하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피어난 노란색 유채꽃밭에도 이미 봄기운이 넘실댄다. 다채로운 꽃들이 남녘에서 보내온 '봄 신호'와 함께 '입춘문'이 곧 열린다.





오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