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원이 넘는 외국인 투매 물량에 코스피가 하루 만에 3% 넘게 급락하며 2,610선까지 밀렸다. 원·달러 환율도 1,200원 선을 재돌파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27일 코스피는 전일보다 94.75포인트(3.50%) 떨어진 2,614.49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0년 11월 30일(2,591.34) 이후 14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코스피 종가가 2,7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진 것도 지난 2020년 12월 3일 이후 13개월여 만이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32.86포인트(3.73%) 내린 849.23에 마감했다.
주가 하락의 원인은 하루종일 이어진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 때문이었다.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나온 제롬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놀란 외국인들은 이날 코스피에서 1조6,295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서도 3,645억 원을 팔아치웠다.
기관이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1조8,021억 원, 155억 원을 사들였지만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총 2위 규모인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상장으로 수급 불균형이 발생, 대형주들의 변동성이 확대된 것도 지수 하락을 부추긴 요인으로 분석된다.
'따상'을 기대했던 LG엔솔 역시 외국인들의 매도 폭탄을 버티지 못하고, 시초가 대비 9만2,000원(15.41%) 내린 5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공모가인 30만 원보다는 68.3% 높은 수준으로, 현 주가 기준으로 공모주 투자자들은 주당 20만5,000원의 수익을 올리게 됐다.
주가가 부진하긴 했지만 LG엔솔은 상장 첫날 SK하이닉스를 누르고 국내 증시 시가총액 2위로 등극했다. LG엔솔의 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70조2,000억 원에서 118조1,700억 원으로 불어났다.
파월의 매파 발언에 환율도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5.1원 오른 달러당 1,202.8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한때 1,203.6원까지 올랐으나, 수출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달러 매도에 나서면서 상승 폭이 다소 줄어들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전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FOMC 결과가 향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주시해 필요할 경우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른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