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의 재판장을 맡아왔던 윤종섭(52)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6년 만에 서울서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입시 비리 사건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 여권 인사 관련 재판을 연이어 맡다가 휴직했던 김미리(53)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4년 만에 전보됐다.
법원행정처는 4일 지방법원 부장판사 등 813명에 대한 정기인사를 발표했다. 법원행정처는 "법관 인사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대법원 연구관 선발 등 9개 보직인사안과 관련해 법관인사분과위원회 검토 및 사법행정자문회의 자문을 거쳤다"며 "지난해부터 시행된 장기근무제도에 따라 183명의 법관이 근무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윤종섭 부장판사다. 윤 부장판사는 2016년부터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면서 2018년부터 3년 동안 임 전 차장 사건을 심리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통상 3년 정도 근무하고 한 재판부에서 2년 이상 머무르지 않았기에, 6년 동안 유임됐던 윤 부장판사는 법원 안팎에서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선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재판에 영향을 주기 위해 이례적으로 장기 유임이라는 특혜를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윤 부장판사와 함께 배석판사로 임 전 차장 사건을 맡았던 김용신(44)·송인석(34) 판사도 각각 광주지법과 대전지법 공주지원으로 전보되면서 가뜩이나 지연되고 있는 재판은 더욱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은 현재 재판부를 상대로 기피신청을 제기해 심리가 중단된 상태다. 기피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온 뒤에도, 재판부 교체로 공판절차가 갱신되는 점을 고려하면 1심 선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리 부장판사는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로 자리를 옮긴다. 김 부장판사도 2018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며 4년 동안 유임됐다. 김 부장판사는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 비리뿐 아니라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 민감한 사안을 심리하다가 지난해 4월 돌연 휴직했고, 3개월 뒤 서울중앙지법 민사부로 복직했다.
조국 전 장관 입시 비리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심리 중인 마성영(57)·김상연(50)·장용범(51)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인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장동 의혹 재판장인 양철한(54) 부장판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당합병 의혹을 심리 중인 권성수(51) 부장판사는 전보되진 않았으나, 향후 서울중앙지법 내부의 사무 분담이 바뀌면 다른 재판부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가 확정됐지만 최근 감봉 6개월 징계를 받은 서울고법 신광렬(57) 부장판사(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는 퇴직한다. 함께 무죄를 확정받은 조의연(56)·성창호(50) 부장판사 중 견책 징계를 받은 조 부장판사는 지난해 대전지법으로 이미 전보돼 이번엔 인사 대상이 아니었고, 성 부장판사는 서울동부지법에서 서울남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인사는 이달 21일과 다음 달 1일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