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주요 그룹이 협력사의 납품대금 조기 지급에 나서고 있다. 명절 보너스 등을 포함한 협력사의 자금 운용 부담까지 감안된 '상생경영'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약 1,500개의 협력사 대금 900억 원가량을 조기 지급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날 한화그룹에 따르면 계열사별로 ㈜한화 121억 원, 한화솔루션 277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44억 원, 한화디펜스 114억 원, 한화토탈 90억 원, 한화시스템 70억 원으로 평소보다 최대 54일 정도 앞당겨 현금으로 지급한다. 또한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지역 특산품 등을 구매해 사내 상주 협력업체 및 용역직원, 주요 고객에게 설 선물로 증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지역 특산품 구매 금액만 총 40억 원에 달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한화 측은 기대했다.
다른 기업들도 협력사 대금 조기지급 행렬에 동참했다. LG그룹은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 협력회사를 돕기 위해 1조3,000억 원 규모의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등 8개 계열사는 예정 지급일보다 최대 13일까지 앞당겨 설 연휴 전에 지급할 계획이다. LG는 “이를 통해 협력회사들이 명절을 앞두고 원자재 대금 결제, 상여금과 임금 지급 등으로 소요되는 자금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11개 삼성 계열사도 총 1조1,000억 원 규모의 협력사 물품 대금을 최대 보름 이상 일찍 지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 15일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건설·현대제철 ·현대위아 등에 부품 및 원자재, 소모품 등을 납품하는 3000여 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납품대금 1조4,402억 원을 조기 지급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온누리상품권 약 74억 원을 구매해 그룹사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한편, 설맞이 임직원 사회봉사 주간 동안 결연시설 및 소외이웃 등을 대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통신 3사도 이 같은 움직임에 합류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악화된 협력사 재정 부담을 돕겠다"며 중소 협력업체에 1,900억 원대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SK스토아 등 계열사와 함께 설 연휴 시작 전까지 약 850억 원의 납품대금을 1,100여 중소 협력사와 전국 270여 대리점에 지급하기로 했다.
KT는 28일까지 KT스카이라이프와 KT DS, KT 알파, KT 엔지니어링, 이니텍 등 계열사와 함께 756억 원 규모 납품대금을 협력사에 조기 지급한다. LG유플러스 역시 중소 협력사 납품대금 300억 원을 100% 현금으로 설 연휴 전 지급할 계획이다. 통신업계는 이번에 조기 지급된 납품대금이 협력사들의 무선 중계기 및 유선 네트워크 장비 납품 등 서비스 개발에 사용돼 업계 전반의 품질 향상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