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 역주행 사고를 일으킨 경기 포천시 베어스타운 측이 구조 장비인 완강기를 철거한 뒤 재설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베어스타운 측은 “안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지만, 완강기가 없어 리프트 이용객들은 신속하게 구조되지 못하고 2시간 동안 공포와 추위에 떨어야 했다.
25일 포천 베어스타운에 따르면, 이랜드파크가 스키장을 인수한 뒤인 2018년 8기(슬로프 11개 면)의 리프트 의자 뒤쪽에 설치돼 있던 완강기를 모두 철거했다. 앞서 베어스타운은 잦은 리프트 멈춤 사고에 따른 안전 대책으로 2000년대 초반 완강기를 설치했다. 완강기는 위급 상황 시 고층 건물 등 높은 곳에서 땅으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하는 비상용 안전 장비다.
베어스타운은 15년 넘게 리프트 멈춤 사고 때마다 완강기를 이용해 고객들을 30분 이내에 구조했다. 스키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119 구조 장비와 인력 투입, 구조 작전이 쉽지 않아, 그동안 완강기가 도우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선 완강기가 없어 리프트 승객을 모두 구조하는 데 2시간가량 걸렸다.
이 때문에 구조 요청을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원들은 구조 차량 진입이 어려워 일일이 로프총을 쏴 와이어를 리프트에 걸고, 승객 구조에 나섰다. 이로 인해 일부 탑승객은 2시간 이상 6~7m 높이의 허공에 매달려 추위와 공포에 떨었다. 이 스키장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이랜드가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해놓고선 정작 기존 응급 구조 장비인 완강기를 없애버렸다"며 "완강기만 있었어도 구조가 더 신속하게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어스타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리프트 완강기는 장비가 외부에 노출돼 있어 더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고, 고객 안전에 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철거한 것”이라며 “다른 스키장도 철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완강기로 인한 사고는 한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천시는 리프트 완강기 설치는 ‘궤도시설 안전검사 기준 관련법’상 의무 사항은 아니라고 답했다.
초유의 리프트 역주행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베어스타운에 대한 현장 합동 감식을 벌였다. 경찰은 기계결함이나 관리자의 조작 실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원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스키장 측 과실이 드러나면 형사처벌한다는 방침이다.
22일 오후 3시쯤 정상으로 올라가던 상급자 슬로프 리프트가 갑자기 멈추면서 수십 명이 공중에 고립됐다. 사고 리프트가 10분간 역주행해 탑승객들이 리프트 간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바닥으로 뛰어내리기도 했다. 경찰은 부상자 등 140여 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