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22년째 거주 중인 우크라이나 출신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으로 전운이 감도는 고국 상황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병력을 투입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쉐겔 교수는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러시아의 침공 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개입을 바라는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바라고 있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부모님, 동생, 18개월 된 어린 조카가 있어 거의 매일 연락하고 있다"며 "70세 된 저희 아버지도 '필요하면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워 지키겠다'고 얘기하신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쉐겔 교수는 "처음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 보도가 나왔을 때 부모님께 전화해 '진정될 때까지 한국에 오시면 어떠시겠냐'고 물었는데, 부모님은 '예전처럼 이번에도 (러시아가) 힘을 과시하다 동부에 또 용병을 보내겠지만 전면전을 하지 않을 테니 우크라이나에 있겠다'고 대답했다"며 "저는 논리적으로 분석했을 때는 전면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지만 러시아가 1939년 폴란드를 공격한 것처럼 침공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이어 "미국 영국 호주가 외교관 가족들을 대피시켜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굉장히 긴장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미사일 테스트를 할 때마다 한국인들이 한국을 안 떠나는 것처럼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러시아가 쑤실 때마다 떠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방과 러시아 갈등의 표면적 이유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그는 "서구 사회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끌어들이는 거라 얘기하는데, 저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오래전부터 나토 가입 절차를 밟아왔지만 제가 보기엔 지금 투표해도 가입 조건인 30개 회원국 만장일치 찬성을 얻기 힘들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는 영향권과 안보 문제가 핵심 문제지, 나토 가입 문제만으로 보는 것은 조금 비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쉐겔 교수는 대외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형제 민족'이라는 인식도 "러시아제국 때 특히 소련 때 일본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러시아가 사용한 제국주의 담론"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일정 부분 공유하지만 러시아가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적고 그 내용이 다른데도 심각하게 역사왜곡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역사·언어·문화를 점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스탈린 시대 때 러시아가 유발한 대기근으로 우크라이나 인구의 3분의 1이 죽었던 사건도 러시아가 알려주지 않아 사람들이 모르고, 나이 많은 우크라이나 사람들 중에는 아직도 '러시아는 형제 민족'이라며 절대로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며 "사람들은 러시아가 왜곡한 역사만을 배워 우크라이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쉐겔 교수는 "세대가 바뀌고, 특히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기 직전 갈등이 불거졌던) 2013년 이후 대부분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러시아에 대한 태도가 많이 달라져 '러시아는 이웃 국가지 형제 국가는 아니다', '러시아를 늘 경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국력을 키워야 한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