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2’(감독 김정훈)는 전편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의 후광이 강하고 넓다. 866만 명이 봤다. 배우 손예진이 액션과 코미디가 섞인 연기로 갈채를 받았다. 한효주로서는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강단 어린 연기로 ‘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속설 뒤집기에 나섰다.
‘해적2’는 조선 초기 혼란기를 배경으로 삼았다. 고려 장수들이 고려 재건을 꿈꾸며 왕실의 보물을 훔쳐 달아난 사연을 바탕으로 모험과 웃음, 액션을 펼친다. 이방원은 보물을 손에 넣어 군력을 강화해 왕좌에 오르려 하고, 고려 유신으로 떠돌이가 된 무치(강하늘) 일행과 해적단 역시 보물의 행방을 쫓는다. 한효주는 해적단을 이끄는 단주 해랑으로 스크린의 중심에 선다.
전작이 남긴 부담에도 한효주가 ‘해적2’를 선택한 이유는 배우들과의 조합이다. 강하늘과 김성오 이광수 박지환 등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촬영장이 즐거울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흔쾌히 도전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영화는 해랑이 무치와 지도자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을 종종 비추며 달콤한 웃음을 이끌어내려 한다. 해랑은 적당한 무게와 가벼움을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 지나치게 근엄하면 웃음의 밀도가 떨어지고, 너무나 경박하면 단주라는 인물의 위치가 모호해진다. 한효주는 말투와 발성을 다듬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해랑이 리더라서 큰 소리를 내야 하는 대사들이 있었고, 예전엔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아 각본을 읽을 때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한효주는 “매일 차 안에서 40분 동안 발성 연습을 하며 남양주 종합촬영소로 향했다”며 “(무치 등과의) 일상적인 대화 장면에선 ‘허당기’와 여성스러움 등 다른 면모를 세심히 보여주기 위해 신경 쓰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웃음이 ‘해적2’의 재미를 7할 정도 담당한다면 나머지는 액션의 몫이다. 유머 사이사이 경쾌한 몸놀림이 끼어든다. 해적단의 리더 해랑 역시 무예를 선보여야 한다. 한효주로선 칼을 휘두르는 연기는 처음이다. 그는 “걱정이 돼 출연 확정이 되자마자 일찌감치 연습에 들어갔다”며 “1주일에 3회 정도씩 3개월 동안 꾸준히 검술을 익혔다”고 말했다.
우연하게도 한효주는 최근 몸을 많이 쓰는 연기를 하고 있다. 지난 연말 종방한 드라마 tvN ‘해피니스’에서는 경찰특공대 요원 윤새봄을 연기했다. 일본 영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2020)도 액션 영화였다. 한효주는 “미국 드라마 ‘트레드스톤’(2019)에 출연하며 운동을 하고, 스턴트 훈련도 하게 되면서 액션 연기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20대 때는 쉬는 날엔 거의 누워 있었는데, (액션 연기를 하게 된 이후) 이제는 운동을 안 하면 찌뿌듯하다”고도 했다. 그는 “액션은 단순히 몸만 쓰는 게 아니라 감정을 다 녹여내야 한다”며 “한 컷 한 컷 정성 들여 촬영해 이를 (편집 과정에서) 붙이는 방식이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듯해 마음에 든다”고도 말했다.
한효주는 “2022년이 좀 특별한 느낌이라 더 기대가 된다”고 했다. “생일이 2월 22일이라 올해는 ‘20220222’로 표시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건강이 제일이라며 일상에서 소소한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고도 했다. “일단 달리기를 좀 잘하고 싶어요. 하루에 5㎞를 45분 동안 뛰는데, 30분 안으로 줄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