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50억 클럽' 인사로 지목된 곽상도(63) 전 의원을 불러 조사했다. 곽 전 의원 조사는 지난해 11월 27일 첫 소환 이후 58일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곽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인 2015년 화천대유가 참여하는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56)씨 부탁을 받고 이를 막아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곽 전 의원은 그 대가로 아들 병채(32)씨를 화천대유에 취업시킨 뒤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곽 전 의원에게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지난해 12월 1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김정태(70)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등 두 달 동안 보강수사를 통해 곽 전 의원과 관련한 새로운 혐의를 포착했다. 곽 전 의원은 2016년 4월 제20대 총선 직후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50) 변호사로부터 5,000만 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의원은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와 남 변호사 부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4) 회계사 등으로부터 정치후원금으로 2,5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남 변호사는 5,000만 원의 성격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수원지검에서 수사 받을 때 도와준 대가"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변호사는 2015년 6월 대장동 개발 비리로 수원지검에서 구속됐지만, 그해 11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났으며, 2016년 3월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났다. 곽 전 의원은 남 변호사가 수사와 재판을 받았던 2015년 3~11월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곽 전 의원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한 시기가 총선 당선 직후라는 점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이날 곽 전 의원을 상대로 이 같은 의혹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의원 측은 해당 의혹에 관한 사실관계가 맞지 않다며 부인하는 입장이다. 곽 전 의원 측은 입장문을 통해 남 변호사로부터 변호사 비용으로 돈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돈을 받은 시점은 2016년 4월 총선 직후가 아닌 2016년 3월 1일이었다고 밝혔다. 곽 전 의원 측은 "1차 피의자 조사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당시 이미 드러나 있던 사실인데 검찰이 마치 새로운 범죄사실이 발견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며 "어떤 의도를 갖고 조작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김만배·정영학 대화 녹취록'에는 곽 전 의원 이름이 여러 차례 언급된다. 2020년 4월 4일 대화를 보면, 김만배씨는 "병채 아버지(곽 전 의원)는 돈(을)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며,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돈을 챙겨 달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