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내고 타지도 못하는 고용보험 내고 싶지 않네요." 1월 1일부터 시작된 배달노동자 고용보험 이야기를 나누다 라이더들이 불만을 터트렸다. 특수고용노동자들도 2021년 7월부터 고용보험이 적용됐다. 배달과 대리운전은 산업형태가 복잡해 연기됐다가, 올해 1월 1일 부터 보험료 징수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온갖 억측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 배달대행사 사장들은 소속 라이더에게 라이더유니온이 설쳐서 고용보험이 만들어졌다며, 노조 때문에 안내던 세금을 내야 한다는 소문을 냈다. 노조 가입을 막기 위한 의도적인 헛소문인데 좋아해야 할지 억울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한 나라의 제도를 바꿀 수 있는 힘 있는 조직으로 여겨진 건 좋은 일이지만, 정작 전국민고용보험을 만든 정부 관계자가 들으면 섭섭할 일이다.
좋은 취지의 제도지만 라이더들이 불만을 터트리는 이유는 고용보험의 엄격한 수급요건 때문이다.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는 플랫폼라이더에게 구직급여는 그림의 떡이다. 이 때문에 소득감소도 실업으로 인정해 구직급여를 주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개월간 평균 30%이상 소득이 감소해야 한다. 그런데 급여신청을 하려면 4주간 일을 하면 안 된다. 사실상 4개월간 소득이 급격하게 줄어야 하는데, 이 기간을 견딜 수 있는 노동자는 없다. 소득이 주니 구직급여액도 준다.
복잡한 제도도 문제다. 고용보험료는 라이더들이 받는 배달료에서 30.4%를 비용으로 뺀 다음에 0.7%를 사장과 노동자에게 각각 부과해 징수하는데 이 복잡한 숫자를 기억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막상 계산해보면 월 400만 원을 버는 라이더 보험료는 약 2만 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고용보험을 핑계로 배달대행사가 라이더한테 떼 가는 수수료를 높여 라이더의 불만을 증폭시키는 데 있다. 보통 음식가게가 3,500원을 배달대행사에 주면 3,000원은 라이더가 가져가고, 100원은 프로그램사, 400원은 일반대행사가 먹는다. 현장에서는 이를 '똥비'라고 부르는데 똥비는 배달대행사 사장이 마음대로 정한다. 기본배달료를 4,000원으로 올려도 수수료를 700원 떼면 라이더는 3,300원만 받게 된다. 건당이 아니라 13%로 수수료를 올려, 라이더들이 힘든 장거리 배달을 갈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떼이는 역설이 발생하기도 한다.
여기에 3.3% 소득세와 산재, 고용보험료를 추가로 뗀다. 이 금액도 사장 마음이다. 산재보험료는 1만5,190원 정액이다. 작년 7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50%를 경감해줘서 월 7,595원만 내면 된다. 일부 지자체는 90%까지 지원해줬다. 그런데 산재보험료 명목으로 하루 808원을 걷는 곳도 있고, 1,000원을 차감하는 곳도 있다. 음식가게에 배달료를 3,500원으로 올려 받으면서 앱에는 3,300원만 보여주고 200원을 가져가는 회사도 있다. 내가 먹고 내보내는 똥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는 거다.
정부가 고용보험을 도입하면서 배달산업을 제도화시키고 사회보험책임을 사용자에게 물은 건 환영한다. 그러나 배달산업에 대한 정비가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액수를 라이더에게 전가하는 일이 벌어진다. 고용보험이 똥비를 깨끗하게 닦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배달대행사업자 등록제와 수수료 한도를 정하는 안전배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