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의 최고령 선배들이 활약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활동 영역은 MZ세대 못지 않게 넓다. 토크쇼 진행부터 관찰 예능까지 다양한 곳에서 실버 예능인들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의 실버 예능들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많은 프로그램들이 장년층 이상의 출연진을 선택하고 있다. 실버 예능의 중심이 된 이들은 연예계 선배는 물론, 인생 선배로도 존경을 받고 있는 스타들이다. 나이 지긋한 스타들의 진심 어린 덕담은 중장년층 시청자들에겐 '공감'을, 어린 시청자들에겐 '위로'로 다가간다. 세대 간 격차를 조명하면서도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는 25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채널S '진격의 할매'는 인생 경험 도합 238년에 달하는 김영옥 나문희 박정수가 고민 많은 사연자들에게 진심 어린 상담을 선사하는 새로운 토크쇼다.
현역 최고령 여배우인 김영옥은 "우리 할머니들은 오래 살아왔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웬만한 고민은 서로 풀어가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라며 고민 상담 콘셉트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진격의 할매'는 할머니 댁에 온 듯 편안한 분위기에서 3MC의 연륜이 묻어나는 진솔한 인생 이야기를 듣는 힐링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타 예능들과 차별점을 갖는다.
또 현재 방송 중인 KBS2 '갓파더'는 이순재 주현 김갑수가 각자 아들들과 소통하면서 부자 같은 케미스트리를 담아내는 것을 조명한다. 특히 이순재는 올해 88세로 1956년 데뷔해 65년 동안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인 만큼 그의 예능 출격에 이목이 모였던 터다.
이순재는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를 통해 "바람직한 부자 관계는 이해에서 온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버지와 아들이 교감을 이루고 같은 목표를 위해 협업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의미를 되새겼다.
실버 예능들은 굳건한 특정 시청층을 공략하고 있기도 하다. 트롯을 소재로 삼은 콘텐츠들이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 방증이다. 한 세대를 풍미했던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의 여운은 제법 깊다.' 꼰대'라는 수식어로 가리기에는 깊은 철학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 덕분일까. 노년 세대의 과감한 발언도 유쾌하게 느껴진다. 지난해 최고의 유행어 '무야호'도 노년층의 한 비연예인 출연자의 한 마디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젊은 세대의 관심도 제법 높은 편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맹활약 중인 박막례는 젊은 세대들에게 기존 편견을 깨고 트렌드 반열에 선 대표적인 시니어 셀럽이다. 과거 실버 예능의 초석은 단연코 지난 2013년 첫 방송된 tvN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다. 당시 내로라하는 중견배우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 유럽 곳곳을 여행하는 과정이 담겼고 나영석을 스타 PD 반열에 올려놓았다.
세대를 통합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노년층의 일방적인 조언이 아니다. 오히려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소통하고 또 꾸준히 정진하는 모습이다. 노년층의 예능 활약이 다양해질수록 긍정적인 효과는 높다. 좋은 어른에 대한 가르침이 예능적으로 녹아들면서 교훈적인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이에 더욱 다양한 실버 예능이 시청자들을 만나리라는 예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