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여성이라서 차관직 해임됐다" 英 하원의원 주장 파문

입력
2022.01.23 22:10
2020년 해임된 누스 가니 전 교통부 차관


“무슬림 여성 각료여서 해임됐다.”

2년 전 영국 교통부 정무차관직에서 교체된 누스 가니 영국 보수당 의원이 뒤늦게 공개 이의제기에 나섰다. 계속해 당내에서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이후 자신이 만약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 동료들한테 배제되고 자신의 경력과 명성이 무너질 것이라는 경고를 받으면서 그간 침묵해왔었다고 증언하면서다

가니 의원은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 인터뷰에서 “당시 총리가 관직에서 물러나라고 말했을 때 놀랐지만 정치의 실상이라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가니 의원은 이후 원내총무에게 해당 결정이 나오게 된 배경을 물어보니 “무슬림 신앙이 문제로 제기됐고 무슬림 여성 장관직이라는 자리가 동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가니 의원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배에 주먹을 한 대 맞은 듯했다”며 “굴욕감과 무력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털어놨다. 또 몇 차례 당내 공식 루트를 통해 문제 제기를 했지만, 협박성 발언을 들으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사건 이후 자신이 의원직을 계속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했었다고 덧붙였다. 가니 의원은 지난 2015년 최초 무슬림 여성 보수당 하원의원으로 선출됐고 이후 2018년 교통부 정무차관직에 임명됐다가 2020년 2월 내각 개편 때 교체됐다.

당 지도부는 가니 의원의 주장을 즉각 부인했다. 마크 스펜서 보수당 수석 원내총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가니 의원이 언급한 원내총무가 자신이라면서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되레 지난해 3월 문제가 불거졌을 때 가니 의원 자신이 이를 정식 내부조사에 부치는 것을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보리스 존슨 총리 측도 “당시 총리는 문제를 인지한 뒤 직접 가니 의원을 만나 의논했다”며 “이후 가니 의원에게 우려를 표하며 정식 이의제기를 하라고 제안했지만 이후 가니 의원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종교 및 성별 차별 의혹의 파장은 확산될 전망이다. 나딤 자하위 교육부 장관은 “보수당에서 이슬람포비아나 어떠한 형태든 인종차별이 설 자리는 없다”며 “관련 주장을 제대로 조사해 인종차별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미닉 랍 부총리 역시 가니 의원이 정식 이의제기를 하면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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