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15%’ 벽을 뚫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주춤하고 있다. 자칫 크게 떨어지지도, 오르지도 않는 ‘박스권’에 갇힐 위기다. ‘비호감 대선’ 흐름 속 도덕성을 무기로 존재감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추가 반등을 노리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여럿이다.
요즘 안풍(安風)의 기세는 다소 시들해졌다. 23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안 후보는 전주 대비 2%포인트 오른 11.6%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려 1월 첫 주 15.1%로 정점을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다른 조사 추이도 비슷하다.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역시 안 후보의 1월 1~3주 지지율은 12→14→12%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자연스레 그가 공언한 “설 전후 3강 체제” 목표 달성도 위태로워졌다. 정치권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지율 20%를 3강 진입 요건으로 본다. 20%를 꿰차면 공직선거법상 선거비용 전액 보전 기준(15% 득표)을 안정적으로 웃돌아 자력 완주가 가능하다. 또 19대 대선 득표율(21.41%)에도 근접해 국민의힘 측 ‘윤석열 자강론’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날 고향인 부산ㆍ경남(PK) 지역을 훑은 안 후보는 오후엔 인천국제공항으로 발길을 돌려 외동딸 설희씨 귀국 마중을 나갔다. ‘가족 리스크’에 시달리는 윤 후보를 견제하는 행보다. 설희씨는 소속 연구팀이 내놓은 오미크론 전염성 연구 결과물이 최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소개돼 주목을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가 일 대 일 토론을 추진하는 것도 안 후보에 악재다. 온 가족이 모이는 설 밥상 화두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고, 여파가 지지율에 미칠 수도 있어서다. 안 후보가 양당의 토론 협상에 “설날 밥상을 독차지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국민의당은 토론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상파 방송 3사를 상대로 토론회 방송금지 가처분도 신청했는데, 이르면 24일 결과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가처분이 인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만약 기각되면 당 차원의 투쟁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토론회가 열려도 네거티브 비방전만 부각될 경우 안 후보가 또다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안 후보가 안고 있는 근본적 한계는 다른 후보와 비교해 확실한 ‘집토끼’가 없다는 점이다. 이날 KSOI 조사에서 윤석열ㆍ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은 절대다수인 84.8, 90.2%가 “계속 지지”를 답한 반면, 안 후보 지지층에선 55.9%에 그쳤다. 대선 국면이 바뀌면 언제든 말을 갈아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안 후보에겐 야권 단일화가 절실한데, 이마저 하겠다고도 안 하겠다고도 확언할 수 없는 난감한 처지에 놓여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거대 양당 후보를 거부하는 지지자는 안 후보가 완주하기를 원하지만, 단일화에 단호하게 선을 그을수록 보수 성향 지지자들은 이탈을 고민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모호한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KSOI와 NBS,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