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임기를 마치고도 비상임 선관위원으로 3년간 더 근무하려던 시도가 직원들의 집단 반발로 저지됐다. 헌법기관 직원들이 집단 행동을 벌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결국 조 위원이 21일 제출한 사직서를 문재인 대통령이 수용했지만 직원들이 들고일어날 정도로 편향성에 대한 내부 불만과 우려가 크다는 점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24일로 상임위원 임기가 만료되는 조 위원은 대통령의 사의 반려로 비상임 선관위원직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었다. 선관위원 임기는 6년이며 이들 중 호선을 통해 정해지는 상임위원 임기는 3년이다. 잔여 선관위원 임기가 있더라도 상임위원을 마치면 퇴직하는 관례를 깬 것이다. 그러자 중앙선관위 전 직원들이 일제히 반발해 실국장단·과장단·사무관단 일동 명의로 사퇴 촉구 서한문이 나오고 직원협의회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내부통신망에는 조 위원 행태를 비난하는 글들이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새 선관위원 임명 시 인사청문회에서 불필요한 정쟁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사의를 반려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잡음 소지를 줄이려던 의도였다지만 그간 조 위원을 둘러싼 편향성 논란으로 선관위 위상이 얼마나 훼손됐는지 인식조차 못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인 그를 두고 임명 때부터 말이 많았고 선거 때마다 불공정 관리 논란이 제기됐다. 그가 떠나야 선관위가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직원들의 원성을 여권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새겨들어야 한다.
야당 역시 이번 사태를 정치적 호재로 봐선 안 된다. 국민의힘이 선관위원으로 추천한 문상부 후보자는 국민의힘 경선 관리위원을 맡아 입당까지 한 이력이 있어 조 위원과 마찬가지 경우다. 조 위원이 물러나자 문 후보자도 22일 후보직에서 자진사퇴했다. 9명의 선관위원 중 두 자리가 비게 된 상황인데, 여야 모두 선관위의 중립성 회복에 걸맞은 인사를 찾는 데 협력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선거가 끝날 때까지 비워 두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