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 사고… 하중 못 견딘 덱 플레이트 때문?

입력
2022.01.22 04:30
경찰, 붕괴 사고 1차 원인으로 보고 수사 중
무게추·지브 등 타워크레인 해체 70% 진행
예정보다 하루 늦춰져 22일 오전 마무리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201동 39층 아래층인 피트층(설비와 배관이 지나가는 층) 콘크리트 타설에 사용된 덱 플레이트가 붕괴 사고의 1차 원인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이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덱 플레이트는 건축물 바닥(슬래브)을 만들 때 콘크리트 타설 전 뼈대 역할을 하도록 시공하는 철근 일체형 강판자재(거푸집)다. 동바리(비계 기둥) 설치가 필수인 재래식 거푸집과 달리 동바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덱 플레이트를 납품한 A업체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공장에서 미리 제작된 뒤 현장에서 조립·설치되는 피트층용 덱 플레이트가 당초 설계 규격에 맞게 만들어져 납품됐는지, 실제 현장에선 어떻게 시공됐는지 조사 중이다.

붕괴 사고 후 일각에서 피트층 슬래브 두께가 당초 설계보다 두 배 이상 두껍게 시공되도록 무단 변경됐다는 의혹도 불거진 터라, 경찰은 슬래브 두께 변경에 따른 추가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덱 플레이트 규격이 바뀌었는지 따져보고 있다.

경찰은 특히 201동 붕괴 사고 한 달여 전에도 203동 피트층이 무너졌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덱 플레이트가 구조 계산에 맞게 제작·시공되지 않았거나, 콘크리트 타설량이 당초 설계보다 많아 하중을 견디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동바리가 없는 덱 플레이트 특성을 고려해 콘크리트 타설 당시 작업자들이 집중 하중이나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분산 타설하는 등 안전 지침을 지켰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사 결과 덱 플레이트와 관련한 문제가 붕괴 원인에 가장 가깝다"고 말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선 피트층 잔존 슬래브 두께가 얼마나 되는지 현장 조사를 실시해야 하지만, 경찰은 붕괴 위험이 있는 타워크레인 해체와 건물 내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으로 인해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실종자 수색 작업의 최대 난관으로 지목된 201동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은 70% 정도 진행됐다. 55m 길이의 지브(타워크레인의 팔 부분)와 조종석 뒤편에 있는 27톤 무게의 카운터 웨이트(무게추)는 땅에 내려왔다. 무게추는 5톤짜리 5개와 2톤짜리 1개 등 모두 6개로 구성돼 있다. 다만 해제 작업 과정에서 잔존 외벽이 관리 기준보다 더 기울어지는 바람에 작업 완료 시점은 하루 늦춰졌다.

현대산업개발은 타워크레인 조종실과 마스터(기둥) 상단은 22일 오전 중 해체된다고 밝혔다. 민성우 현대산업개발 안전경영실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잔존 외벽이 반대편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으로 인해 작업이 지연됐다"며 "조종실 등을 해체하는 것은 22일 오전에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종석은 곧바로 들어내기만 하면 되는 작업이라 위험성은 제거됐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타워크레인 해체가 완료되는 대로 실종자 5명에 대한 수색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광주= 안경호 기자
광주=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