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중대재해와 노동인권 분야 외부인사를 검사장으로 임용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정권 말 친정권 인사에 대한 '낙하산 알박기 논란' 등 검찰 안팎의 반발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 장관은 김오수 검찰총장과 논의해 대검찰청에 중대재해 자문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중대재해와 노동인권 전문가 발탁을 위한 대검 검사(검사장)급 신규 임용 절차를 중단한다고 21일 밝혔다. 법무부는 박 장관이 전날 김 총장과의 긴급 만찬 회동을 통해 이같이 합의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중대재해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해 노동 분야 전문성을 가진 외부인사를 검사장급으로 기용하겠다면서 지난 17일 공모 절차를 진행했다.
박 장관의 외부인사 공모 계획에 검찰 내부의 반발은 거셌다. 검사장을 외부에서 뽑는 건 흔한 일이 아닌데다, 정권 말 친정권 인사를 심어 두려는 의도라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검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김 총장 역시 지난 19일 검찰 내부 공지 형식으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검찰청법 등에 저촉될 소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우려 △검찰 내부 구성원들의 자존감과 사기 저하 등을 이유로 들었다.
박범계 장관과 법무부는 외부인사 검사장 임용 절차를 중단하는 대신 대검에 외부 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중대재해 자문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자문기구는 중대재해 관련 초동수사 방안 연구, 실질적인 양형인자 발굴, 새로운 위험에 대한 법리 연구 개발 등을 담당한다. 김 총장은 자문기구의 권고 사항을 실효적으로 이행하기로 하고, 노동인권 전문성과 감수성이 높은 검사를 양성하겠다고 화답했다.
대검은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이날 고용노동부·경찰청과 함께 회의를 열고 중대재해 사건 협력체계 정립, 안전사고 전문위원회 설치 등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중대재해 발생 초기부터 수사 개시→입건→송치→공소유지에 이르기까지 전담검사와 사법경찰관·근로감독관이 쟁점 및 법리를 공유하고 죄에 상응한 선고형이 나올 수 있도록 협업시스템도 정립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계기로 다른 수사기관과 정부부처 사이의 협력 모델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대검에 중대재해 자문기구를 만들기로 한 것도 이런 과정의 일환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날 검찰인사위원회를 열어 고검검사(차·부장검사)급과 평검사 인사 방침을 논의했다. 검찰인사위는 사직 등으로 공석이 발생한 고검검사급 인사 수요에 대응하고, 평검사에 대해선 △권역별 분산배치 △형사·공판 우수 검사 발탁 등 기존 인사 기조를 유지키로 했다. 법무부는 검찰인사위 의결 사항을 참고해 오는 25일 평검사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