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홍준표 "측근 공천" 요구 거부... 반나절 만에 멀어진 '원팀'

입력
2022.01.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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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의 회동으로 기대를 모았던 '원팀' 구성에 대한 기대가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19일 두 사람의 만찬을 계기로 원팀 구성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홍 의원이 측근에 대한 보궐선거 공천을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반나절 만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윤 후보는 20일 "공천은 원칙대로 하겠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고, 선거대책본부 참여 여부에 대해선 홍 의원에게 공을 넘겼다.

윤석열 "공정한 원칙 따를 것" 선 긋기

국민의힘 선대본부 등에 따르면 홍 의원은 전날 윤 후보에게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서울 종로에,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대구 중·남구에 각각 전략공천할 것을 제안했다. 홍 의원이 회동 직후 공개한 선대본 합류 조건은 윤 후보의 ①국정운영 능력 담보 ②'처가 비리 엄단' 대국민 선언이었다. 그러나 '측근 전략공천'이란 이면 요구가 있었던 셈이다. 최 전 원장과 이 전 구청장은 당 대선후보 경선 기간 홍 의원을 지지한 인사들이다.

윤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홍 의원의 요구와 관련해 "공천 문제에 직접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공천은 그 정당이 선거에 임하는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것"이라며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정하게 정한 기준과 방식에 따라 공천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워놨다"고 강조했다. 앞서 당 사무총장인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홍 의원을 겨냥한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국회에서 선대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구태를 보이면 지도자로서 자격은커녕 당원으로서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태로 몰린 홍준표, 권영세 겨냥 "방자하다"

당 내홍을 딛고 원팀 구성을 위해 홍 의원 합류에 공을 들여온 윤 후보가 이례적으로 단호한 입장을 밝힌 배경은 '공정과 상식'이라는 이미지에 흠집이 날 것을 우려해서다. 지지율이 반등하는 과정에서 홍 의원의 요구를 무리하게 들어줄 경우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홍 의원과 기대했던 그림이 나오지 않은 건 아쉽지만, 윤 후보는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일에 타협하지 않는다는 점을 국민들께 알릴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에게 쏠려있던 '이남자(20대 남성)'에 대한 공략도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봉합 이후 일부 회복한 만큼 홍 의원에게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선대본부로부터 '구태'로 몰린 홍 의원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종로에 최 전 원장 같은 사람을 공천하면 깨끗하고 행정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국정 능력을 보완할 수 있다"며 자신의 공천 요구가 사심에 따른 것이 아닌 국정능력 보완 조치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공개한 선대본 합류 조건에도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또 "만약 (공천에 대한) 이견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의논해 정리해야지 어떻게 후보와 이야기한 내용으로 나를 비난하느냐"며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며 권 선대본부장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잡음 속 '원팀' 노력 지속... 최재형과 만남도

당장 삐걱대고 있지만 윤 후보의 '원팀' 구상이 완전히 틀어졌다고 보기는 이르다. 박빙승부가 예상되는 이번 대선에서 윤 후보는 한 표라도 더 결집해야 하고 홍 의원도 지원을 거부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이 이날 공천에 대해선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도 "(홍 의원이 제시한 처가 문제엔) 대국민 선언을 할 수 있다" "홍 의원은 당의 소중한 어른"이라며 여지를 둔 이유다.

윤 후보는 다른 경선 경쟁자에게도 손을 내밀 계획이다. 그는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서도 "계속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고, 이날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최 전 원장을 50분 간 만났다. 느닷없이 불거진 공천 논란을 수습하고 협력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윤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던 최 전 원장은 "홍 의원과 종로 출마를 상의한 적 없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온 힘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