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이 배우와 동물의 안전이 위협받을 정도로 무리하게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이 말은 결국 일주일뒤 사망했다. 누리꾼들은 "수신료 따박따박 받아가더니 동물학대했다"며 공분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20일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발생한 동물 학대를 규탄한다"며 드라마 촬영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발목에 밧줄이 묶인 말이 이성계 역을 맡은 배우 김영철을 태우고 산속을 빠르게 달리다, 여러 사람이 밧줄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순식간에 머리부터 바닥으로 고꾸라진다. 달리던 사람이 예기치 못한 장애물에 발이 걸려 넘어질 때처럼 충격이 워낙 컸는지, 말은 고통스러운 듯 뒷발질하다가 이내 가라앉는다. 김영철씨도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자, 주위에 있던 촬영관계자들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급히 김씨에게 달려가는 장면도 나온다.
이 단체는 "우려했던 대로 말을 쓰러뜨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넘어뜨린 사실을 확인했다"며 "영상 속에서 와이어를 이용해 말을 강제로 넘어뜨리는 과정에서 말은 몸에 큰 무리가 갈 정도로 심하게 고꾸라지며, 말이 넘어질 때 함께 떨어진 배우 역시 부상이 의심될 만큼 위험한 방식으로 촬영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말의 상태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살아는 있는 것인지, 부상당한 곳은 없는지 알 길이 없다"며 "오늘 오전 KBS에 공식적으로 말의 생존 여부와 안전 확인을 요청했고, 향후 촬영 현장에서의 동물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 마련을 위한 면담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2022년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촬영이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말을 강제로 쓰러뜨린 장면은 명백한 동물학대다. 이는 그 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된 촬영 현장에서의 동물 학대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17일 이성계의 낙마 장면이 담긴 7화를 본 시청자가 KBS 홈페이지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공론화됐다. 이 시청자는 "여기 나오는 말들은 어떻게 관리가 되는 건지 뼈가 다 드러나 보이고 앙상하다. 이성계 낙마 장면에서도 말이 땅에 완전히 꽂히는 모습이다. 말을 강압적으로 조정하지 않고서 저 자세가 나올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게시판에는 "이방원 낙마, 말 괜찮나요?"라며 말의 상태를 궁금해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또 "태종 이방원 폐지해주세요" "KBS는 동물학대를 인정하세요" "동물학대 처벌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등 제작진의 동물학대와 KBS를 성토하는 글이 폭주하고 있다.
이에 대해 KBS는 이날 "지난해 11월2일 '태종 이방원' 7회에서 방영된 이성계(김영철 분)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말의 건강상태를 다시 확인했는데, 안타깝게도 촬영 후 1주일 쯤 뒤에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갖지 않을 수 없으며,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시청자분들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사과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공영방송 KBS 수신료 따박따박 받아가더니 동물학대 하고있네"(dbdy****), "이건 아니지. 감독 연출이 정신 나갔네. 할 게 있고 안할게 있지. 진짜 미개하네"(soir****), "겨우 저 장면 하나를 위해 말을 희생시키는 게 말이 되나"(idol****), "촬영한 스탭들 배우들 다리에 몰래 줄걸어 놓고 뛰게 해서 넘어뜨리고 싶다"(danm****)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