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실무진이 낸 아이디어가 윤석열 대선후보의 최종 승인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확 짧아졌다. 실무진에서 윤 후보까지, 두 단계만 거치면 되기 때문이다. '위계'와 '상명하복'이 지배하는 검찰 조직을 경험한 윤 후보가 겹겹의 보고 라인을 걷어 낸 데 따른 것이다.
윤 후보는 18일 카카오톡 채널을 개설했다. '사실 관계가 틀린 기사를 제보할 창구가 필요하다'는 한 실무자의 의견에 따른 것이었다. 실무자의 제안이 원희룡 정책본부장을 거쳐 윤 후보의 검토와 승인을 받기까지, 딱 3시간이 걸렸다.
윤 후보는 같은 날 반려동물과 관련한 59초짜리 쇼츠(Shorts) 영상을 찍었다. 윤 후보는 출연하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반려동물이 주제이니 출연하는 게 좋겠다"는 실무진의 의견을 들은 윤 후보가 17일 일정을 급히 조정했다고 한다.
복잡다단한 정책과 전략을 담은 정치권의 각종 보고서는 장황하기 마련. 국민의힘 선대본은 그런 관례도 깼다. 선대본 정책본부가 윤 후보에게 보고하는 문건은 무조건 간결해야 한다. 우선 제목이 열 글자를 넘지 않고, 보고서의 분량도 A4 용지 1매로 제한했다. 해당 정책이 '왜 필요한지(Why)'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How to)'에 대한 내용만 압축해 담는다. 정책의 배경 등 관념적인 내용은 빼고, 핵심만 간결하게 담으라는 윤 후보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두 사례는 '윤석열 선대본'의 요즘 업무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윤 후보는 두 가지를 주문했다고 한다. ①"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지 말고, 아이디어는 언제든 바로 보고하라"는 것 ②"정책이 관념적이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업무 절차에선 '속도'를, 내용에 있어선 '실용'을 강조한 셈이다.
윤 후보가 최근 생활밀착형 공약을 속도감 있게 쏟아내는 배경이다. 윤 후보는 20일 연말정산 제도 개선, 영유아 양육지원 등 공약 3개를 동시에 발표했고, 19일에도 가상자산 투자수익 5,000만 원까지 비과세 등 공약 5개를 내놓았다.
선대본 관계자는 "뜬구름 잡는 것보다는 들어서 알기 쉽고 와닿는 내용을 원하는 게 윤 후보 스타일"이라고 했다. 윤 후보의 한 청년보좌역은 "정책을 제안할 때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