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천년의상상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김잔디씨(가명)의 목소리를 담은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가 21일 출간된다.
김씨가 입은 피해 내용, 고소에 이르게 된 과정, 박 시장 죽음 이후에 끊임없이 자행된 2차 가해의 실상,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한 과정 등 생존의 기록을 담았다.
김씨는 2020년 4월 회식 자리에서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한 이후 조사 과정에서의 미온적 태도에 상처를 받는다. 이어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박 전 시장의 지속적인 성적 괴롭힘으로 인한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아있음을 깨닫고 이 사건을 세상에 꺼내놓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고소를 결심한 김씨에게 돌아온 건 가해자의 자살이었다. 가해자인 박 전 시장이 자신에겐 한마디 사죄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김씨는 심신미약 및 공황 상태가 돼 두 차례나 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포털 검색창에 가장 많이 쳐본 단어는 ‘자살’이었고 2차 가해로 인해 본명이 노출돼 개명 절차까지 밟았다고 한다.
김씨는 성폭력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악의적으로 피해를 공표하는 ‘피해호소인’으로 불리며 박 전 시장을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로 지목됐다. 특히 김씨는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과 싸우는 일은 너무 힘들었다”며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의 중심에는 내가 평소에 존경하고 따르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2차 가해를 자행한 자들이 소위 진보 진영 및 여성운동 그룹에 속한 인사들이었다는 인지부조화를 얘기했다.
책에는 김씨가 서울시장 비서로 일하게 된 경위와 박 전 시장의 비서로서 담당한 업무, 그리고 박 전 시장에 의한 성추행의 구체적인 내용을 비롯해 2017년 상반기부터 4년간 지속된 성적 가해의 실태가 나타나 있다. 또한 박 전 시장이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와 복지를 철저하게 무시했다는 증언은 노동자와 약자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시장을 표방했던 박 전 시장의 한계와 민낯을 드러낸다.
출판사 측은 “저자 김잔디와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는 이념적 지형에 따라 적대적으로 갈린 양대 정치 집단의 이해관계에 어떤 식으로든 사용되거나 복무되는 것을 거부한다”며 “권력 혹은 위력에 의해 강자가 약자의 인권과 생존권을 파괴하고 약탈하는 행위는 그 어떤 대의명분이나 공적 이익 앞에서도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는 것을 담대한 피해자의 목소리를 통해 많은 독자들이 새삼 각성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