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실험ㆍ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유예) 철회’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관심은 북한이 핵 카드를 꺼낸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쓸지에 모아진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에서 핵실험만 네 차례 진행하는 등 상당 수준의 핵능력 고도화를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대선과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 등 남측의 대형 이벤트가 집중된 4월 전후를 북한의 핵 도발 적기로 꼽고 있다.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 11월 ICBM급 화성-15형 발사를 마지막으로 미국이 정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핵 능력은 김 위원장 집권 후 큰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핵 개발 사실을 인정도, 부인도 안 한 선대와 달리 대놓고 핵무력 증강에 집중했다. 핵실험은 2013년 2월 12일 3차 실험을 시작으로 네 차례, 핵 탄두 탑재 가능성이 열려 있는 탄도미사일 발사도 65회에 달한다.
특히 미사일 고도화가 주목받았다. 2016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형 최초 발사에 이어 2017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ICBM 화성-14ㆍ15형 발사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확보했다. 한미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 미비’ 등을 이유로 핵무력 완성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지만, 국제사회는 내심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능력을 갖췄더라도 북한이 맘대로 핵실험을 하고 ICBM을 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방 중국과 러시아의 눈치도 살펴야 하는 탓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직접 모라토리엄 해제를 시사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한층 진화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무엇보다 지난해 북한의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 포함된 △극초음속미사일 △ICBM 능력 제고 △다탄두개별유도기술 제고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개발 △군 정찰위성 등이 전부 무력시위 수단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말 현장 복귀 모습이 관측된 ‘8.24 영웅함’이나 신형 잠수함을 통한 SLBM 발사, 신형 ICBM인 화성-17형 시험발사 등이 거론된다.
핵시설 가동 여력 역시 충분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9월 내놓은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 영변 핵시설의 재가동 징후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중요한 건 시점이다. 아직 북한의 추가 도발 동향은 포착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20일 “북한의 열병식 정황이 있지만 준비 단계”라고 말했다. 북한은 2월 ‘김정일 생일 80주년’, 4월 ‘김일성 생일 110주년’ 및 ‘김정은 추대 10주년’ 등 매머드급 국가 행사를 앞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4월은 남측 대선 직후인데다, 한미훈련도 실시되는 만큼 무력 제한의 족쇄를 푼다면 이 시기를 노릴 공산이 크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SLBM 발사 등으로 서서히 수위를 끌어올리다 4월 전후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에 나서는 시나리오를 점쳐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