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시에 사는 전건호씨는 청년 가장이다. 중학생인 남동생을 돌보며 식당 설거지, 아파트 소독 등을 하며 홀로 생계를 꾸린다. 전씨는 어머니를 10여 년 전 교통사고로 먼저 여의었고, 그 이후 함께 살던 할머니와도 이별했다. 피를 나눈 아버지와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2015년부터 전씨는 동생과 단둘이 산다. 이 작은 행복마저 전씨는 놓칠 위기에 처했다. 스물네 살인 전씨에게 9월 영장이 날아왔다. 미성년인 동생을 홀로 남겨 두고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전씨의 사연은 2020년 KBS1 '동행'으로 전파를 타 시청자를 안타깝게 했다.
그 이후 전씨 형제는 어떻게 됐을까. 전씨가 생계 유지 곤란 사유로 지난해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동행' 제작진에 따르면 전씨 형제의 딱한 사연을 접한 서승완 변호사가 나서 전씨의 병역 면제를 지원했다. 전씨는 아버지의 행방을 모른 채 오랫동안 서로 따로 살아 왔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살아 있어 동생의 법적 보호자로 인정받기 어려웠고, 병역 혜택을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서 변호사는 이날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런 사례가 드물어 병무청 담당자와 통화하면서 어떤 서류가 필요하고 어떻게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알아보고, 관련 절차를 밟기 위한 법률 지원을 했다"며 "전씨 형제와 아버지가 오랫동안 연락이 되지 않은 점, 형제의 아버지가 집을 나간 뒤 경제적으로 독립돼 있던 점, 주민등록상에도 따로 분리돼 있던 점 등을 관련 심사기관에서 인정받아 면제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생계 곤란 사유로 인한 병역 면제가 간혹 악용돼 잡음이 일기도 했지만 전씨 형제는 병역 혜택을 받아야 하는 바람직한 사례라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서 변호사는 "요즘 다들 공정에 민감하지만, 전씨의 병역 혜택은 정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행'을 제작한 독립제작사 에이플스토리의 김명중 본부장은 "지난해 병역 면제 처분을 받은 건호씨는 공사 취업을 위해 준비 중"이라며 "동생은 지역 외고에 합격해 입학을 기다리고 있다"고 형제의 근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