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20일 "심상정 정부는 대통령의 힘을 빼는 정부가 될 것"이라며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권 보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제도 폐지를 약속했다. 의회의 실질적인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행정부의 법안제출권과 예산편성권을 국회로 이관하겠다고도 밝혔다.
심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정책학회 주관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양당 후보들 모두 대통령이 되면 '우리 사회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슈퍼히어로 대통령이 돼 국민을 고난 속에서 구출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력과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며 "탈(脫)청와대 정부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그림자 내각' 형태인 청와대의 수석제도를 폐지하고,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권을 보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심 후보는 "의회를 민주정치의 중심에 두겠다"며 "2024년부터 행정부의 법안제출권은 폐지하고 예산편성권과 감사원을 의회로 이관할 수 있도록 임기 시작부터 준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에 반응할 수 있는 다당제로 전환하기 위해 "6월 지방선거부터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중·대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현행 '승자 독식형' 소선거구제(선거구 1곳당 의원 1명 선출)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심 후보는 정부 부처 조직 개편 구상도 공개했다. 그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경찰, 군대, 사법·조세제도 등 전통적 의미의 국가 기능을 '국가의 오른손'으로, 복지를 위해 예산을 지출하는 기능을 '국가의 왼손'으로 나눴다"며 "그동안 한국은 오른손 부처만 강조됐다"고 했다. 예산편성권을 틀어쥔 기획재정부가 '부처 위에 부처'로 군림하고 있는 현상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어 "심상정 정부는 국가의 왼손 부처를 강화하겠다"며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를 국민건강부와 노동복지부로 개편하고 노동복지부 장관이 사회부총리가 돼 사회부처 전반을 통할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폐지를 주장했던 여성가족부에 대해선 "성평등부로 개편하고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여 명실상부 성평등 책임부처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양손잡이 정부의 균형을 위해서 남녀 동수내각, 세대연대 내각의 원칙을 도입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