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대, 성폭력 피해자 1,000여 명에 5,800억 보상...총장은 성희롱으로 해임

입력
2022.01.20 14:57
1966~2003년 교내 스포츠팀 주치의 로버트 앤더슨
학생 선수 등 1,000여 명에 검진한다며 성추행
진상조사 나섰던 총장은 교직원에 희롱성 메일 들통

미국 명문 미시간대가 스포츠팀 성폭력 피해자 1,000여 명에게 5,000억 원대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사건 진상조사를 맡았던 총장은 교직원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내용의 메일을 지속적으로 보낸 것으로 드러나 해임됐다.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시간대는 교내 스포츠팀 주치의였던 로버트 앤더슨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1,000여 명에게 4억9,000만 달러(약 5,835억 원)를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보상금 중 4억6,000만 달러는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들에게 지급되고, 나머지 3,000만 달러는 향후 추가로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 별도 예치된다.

앤더슨은 1966년부터 2003년까지 미식축구 등 교내 스포츠팀의 건강관리 책임자, 주치의 등을 맡으며 검진과 진료 등을 악용해 학생들을 성추행했다. 피해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앤더슨은 두통을 호소하는 선수에게 골반 검사를 받게 했고, 불필요한 건강 검진을 받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그의 범행 사실은 지난 2020년 초 일부 피해자들의 폭로로 세간에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대학이 이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대학 미식축구 감독이었던 보 스켐베클러의 아들도 “아버지가 선수들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고 증언했다. 가해자인 앤더슨은 2003년 은퇴 후 2008년 사망했다.

미시간대는 합의에서 앤더슨의 성폭력을 막을 기회가 적지 않았지만, 직원들이 업무에 소홀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미시간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를 통해 피해자들의 상처가 아무는 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시간대 성추문은 그치지 않았다. 앤더슨 사태를 비판하며 조사를 맡았던 마크 슐리슬 총장이 교직원을 희롱한 것이 드러나 지난 15일 해임됐다. 지난해 12월 익명의 제보를 바탕으로 해당 사건을 조사한 대학 이사회는 “슐리슬 총장이 수 년간 대학 전자메일 계정을 이용해 대학의 존엄성과 평판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당 직원과 소통했다”고 해임 사유를 밝혔다.

대학 측이 공개한 118쪽 분량의 전자메일에서 슐리슬 총장은 해당 직원에게 잡지 뉴요커에 실린 ‘평범한 뉴요커들의 성적 판타지’라는 제목의 기사와 ‘집을 30일 정도 비울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의 메일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지난해 11월 해당 직원이 미시간대 농구 경기에서 자신의 옆자리에 앉지 않자 “내가 가기로 한 유일한 이유는 너랑 가기 위해서였다”는 실망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총장을 맡아온 슐리슬은 앤더슨 사태와 관련 “교내 스포츠팀에서 불거진 성추행 의혹에 관해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지겠다”고 강조해왔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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