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양생 불량 밝힐 샘플 있었어?… 경찰, 현장사무소 등 압수수색도 '부실'

입력
2022.01.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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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시작 39층 타설 공시체
수색 5일 뒤 현산이 임의 제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부실하게 진행한 정황이 드러났다. 붕괴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콘크리트 양생(養生·굳힘) 불량 여부를 밝혀 줄 핵심 증거물을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하지 못하고 뒤늦게 회사에서 받은 것이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사고 당일(11일) 붕괴 시작 지점인 201동 39층에 타설됐던 콘크리트의 공시체(供試體)를 확보했다고 19일 밝혔다. 공시체는 콘크리트 압축 강도 시험에 쓰기 위해 타설 당시 사용된 콘크리트와 동일한 재료로 만든 샘플이다. 시공사 측은 공시체를 공사 현장에 설치된 시험실과 실제 타설 구간에 동일한 조건으로 보관했다가 타설 이후 거푸집과 동바리(비계기둥)를 해체할 때와 7일 뒤, 28일 뒤에 각각 꺼내 강도 시험에 사용한다.

경찰은 사고 발생 사흘 만인 14일 현장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해 22층과 37층, 38층 콘크리트 타설 당시 제작된 공시체 27개를 확보했다. 경찰은 붕괴 진원인 39층 타설 때 만든 공시체를 찾지 못했는데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이날 오전에야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임의 제출을 받았다. 공시체 부재(不在)에 따라 시공사와 감리의 품질 관리 및 검사 부실 의혹(본보 19일 자 1면)이 제기되자 회사가 뒤늦게 39층용 공시체를 경찰에 제출한 모양새다. 이 공시체는 공사 현장 시험실에 보관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험실은 경찰의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해당 공시체는 제조일자만 적혀 있고 아파트 동(棟)은 표시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 측이 현장사무소 등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39층용 공시체를 발견하고 알려왔다"며 "압수수색 당시 수사관들이 '201동'이라고 적힌 공시체만 압수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해명했다. 자칫 콘크리트 양생 불량 의혹을 밝혀 줄 증거물이 철거물과 함께 사라질 뻔한 셈이다.

경찰이 우여곡절 끝에 사고 당일 제작된 공시체를 확보하긴 했지만, 이것만으로 콘크리트 양생 불량 의혹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콘크리트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경화(굳어짐)하는 데다, 이 공시체가 실제 붕괴가 발생한 현장에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은 사고 현장인 39층에 대한 실황 조사를 통해 공시체 비치 여부를 확인하고 콘크리트 시료도 채취해야 하지만 이 역시 손을 놓고 있다. 경찰은 "안전 확보 문제 때문에 현장 접근을 못하고 있다"고 했지만, 17일에 이어 이날도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 관계자들의 현장 점검이 진행된 터라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은 이날 붕괴 원인과 책임자 규명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함께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의 건설본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시공과 구조계산, 감리, 안전관리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또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과 인근 주민 민원 처리 과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광주 서구청도 압수수색했다.

광주= 안경호 기자
광주= 나주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