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본소득' 불씨 살린다... "예술인·농민부터 우선 적용"

입력
2022.01.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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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필요한 분야부터 도입 추진
예술인 연 100만 원 지원 가능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문화예술인’과 ‘농업인’ 대상 기본소득 공약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뜻하는 기본소득은 한때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이었으나 최우선 추진 과제에서 제외된 상태다. 이 후보는 당내에서조차 의견이 분분한 전 국민 지급을 밀어붙이는 대신, 당장 필요하고 또 실행 가능한 분야부터 적용하면 정책 효용성을 증명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19일 민주당 선거대책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후보는 이르면 이번 주 문화예술인과 농민 대상 기본소득 지급 공약을 발표할 계획이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기본소득 세부 정책을 내놓는 건 처음이다. 지급액은 이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만든 정책 틀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연 100만 원의 예술인 창작수당과 월 5만 원의 농민기본소득 지급을 시작한다.

이 후보는 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7월 “임기 내 전 국민에게 1인당 연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행 첫해에만 산술적으로 약 20조 원이 드는 공약을 두고 시급성 및 재원 마련 방안에 의구심이 쏟아지자 정식 발표를 미뤄왔다.

기본소득 지급 대상을 특정 분야와 직군으로 한정한 공약을 먼저 발표하려는 것은 당 안팎의 여전한 반발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관계자는 “기본소득 시행 의지는 분명히 하되, 후보 뜻만 고집하지 않고 유연하게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생계 활동이 어려워진 문화예술인과 농업인들이 기본소득의 우선 수혜자가 돼야 한다고 본다. 분야별 기본소득 적용으로 정책 효과가 입증될 경우 보편 지급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기 수월할 것이란 판단도 깔렸다.

이 후보 측은 전 국민 기본소득 약속을 아직 철회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선대위 안에선 일방적 밀어붙이기가 아닌 속도 조절로 공감대를 넓혀가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선대위 관계자는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보는 보편 지급은 당선 뒤 설치할 대통령 직속 국가 기본소득위원회에서 6개월간 공론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 대다수가 필요성에 공감하면 2023년도부터 지급하고, 저항이 더 클 땐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