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보다 상대적으로 증상이 가벼운 점이 오미크론 변이의 특징이다. 이로 인해 2년여간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사령탑 격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섣부른 축배에 대해 단속에 나섰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디로 튈지 누구도 알 수 없는 만큼 무작정 희망적 예측을 꺼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파우치 소장은 17일(현지시간) 이날부터 5일 동안 온라인으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어젠다에 참석해 “오미크론 변이가 대유행의 마지막 물결이 될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올해에는 (코로나19가) 엔데믹(endemicㆍ풍토병)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차원이다. 파우치 소장은 “나도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기존 면역을 회피하는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지 않을 때 팬데믹이 끝난다”고 설명했다.
파우치 소장은 또 “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19의 마지막 변이라고 해도 (코로나19가) 종말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엔데믹이 된 상황을 ‘뉴 노멀(새로운 정상)’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계속 존재하지만 (전염의) 수준이 낮아져서 그게 정상적인 사회적·경제적·기타 상호작용을 방해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그 단계가 되면 마스크 착용 같은 방역 조치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며 사회가 코로나19 이전 정상의 수준으로 어느 정도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우치 소장의 이날 발언은 전염력이 강하지만 증상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오미크론 변이가 이른바 ‘생백신(live vaccineㆍ독성이 약화된 바이러스를 통해 면역을 형성하는 백신)’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증폭되는 가운데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뜻이 담겼다는 지적이다.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독일 베를린 샤리테병원 바이러스연구소장은 전날 공개된 독일 일간 타게스슈피겔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을 “다수의 사람들이 달리는 기차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뛰어내릴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해석하면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집단 면역’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및 프랑스, 이스라엘 보건당국에 조언하는 전문가들도 이달 초 유사한 주장을 잇따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