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출범 1년을 맞이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수처법 해석을 담은 주석서를 발간했다. 주석서에는 경찰 파견 및 유보부 이첩 관련 조항 등 법 해석을 둘러싼 각종 쟁점과 대립된 견해가 종합적으로 담겼다. 공수처는 주석서가 공수처 공식 입장이 아니며 향후 공식 업무에 반영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수처는 수사ㆍ기소ㆍ공소 유지 등이 담긴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주석서’를 17일 공개했다. 지난해 3월 정책연구 용역 발주를 통해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발간을 맡긴 지 10개월 만이다.
공수처에 따르면, 주석서에는 공수처법에 대한 입법 취지 및 연혁, 주요 내용, 개정의견 등이 담겼다. 특히 공수처법 조문별 해석에선 대립되는 주요 쟁점에 다수설과 소수설을 반영하는 등 법 해석을 둘러싼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뒀다.
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의 대상인 '이첩 기준과 경찰관 파견 문제' 등에 대해선 그 동안 양측이 내놓았던 주장이 그대로 담겼다. 공수처는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사건'과 관련한 이규원 검사의 조건부(유보부) 이첩 논란 및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특별채용 의혹 사건'에 대한 중복 수사 논란을 두고 검찰과 신경전을 펼쳤다.
주석서에는 ‘공수처 수사영역에만 해당하면 (이첩 요청을) 할 수 있고, 굳이 사건을 보유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와 ‘공수처가 중복사건을 보유하고 있어야 (이첩 요청을) 할 수 있다’는 두 가지 해석이 모두 담겼다. 공수처와 검찰의 해석을 모두 아우른 셈이다.
수사 개시 시점과 수사 진행 정도에 따른 이첩 기준에 대해서도 어느 한쪽 해석을 고집하지 않았다. 예컨대 수사 개시 시점은 △형식적으로 범죄인지서를 작성해 사건수리 절차를 밟은 때 △실질적으로 범죄 혐의가 있다고 봐서 수사 개시 행위를 한 때로 나눠 의견을 제시했다. 수사 진행 정도에 대해서도 △공수처장 판단에 따라, 또는 △각종 영장이 청구되는 시점에 따라 이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함께 내놨다.
최근 논란이 된 공수처의 사법 경찰관 파견 및 직무수행에 대해서도 △사법경찰관은 파견에 따라 지휘계통을 벗어나게 되므로 수사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에 따른 사법경찰 권한에 따라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두 가지 견해를 모두 실었다.
공수처는 이번 주석서에 대해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공수처법을 두고 나오는 각종 논란과 해석에 대해 정리 차원에서 연구 용역을 맡겼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법조계에선 그러나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통상 주석서는 법에 대한 공식 해석을 담고 이를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내는 것인데 공식 입장도 아니고 업무에도 반영하지 않을 주석서를 왜 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공수처가 낸 주석서가 통상의 주석서가 아니라면, 공수처와 업무 조율이 필요한 검찰 입장에선 이를 참고하기도 어려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