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 4명이 북핵문제 해결를 포함한 대북정책 등 외교·안보분야의 주요 현안에 대해 상반된 해법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 간 합의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유지·계승할 뜻을 밝힌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북한의 이행 의지를 최우선시하며 결을 달리했다. 한중·한일관계에서는 구체적인 해법에는 이견을 보였으나, '국익 우선'이란 방향성엔 공감했다. 주미 특파원 출신 기자모임인 한미클럽이 발행하는 외교전문지 '한미저널'은 17일 대선후보들의 서면 답변을 공개했다.
후보 사이에 뚜렷한 입장차를 드러난 것은 북한 문제였다. 이재명 후보는 "판문점선언,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불안정한 한반도 상황 안정화에 굉장히 중요한 합의"라며 "신뢰 회복과 모멘텀 확보를 위해 남북·북미 간 합의의 유지·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 후보는 "아무리 정상 간 합의라도 북한이 지킬 의사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며 "기존의 남북합의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북한의 태도, 한반도 정세, 국민적 합의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기존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의견과 함께 "관건은 합의 정신의 진정성 있는 이행"이라고 했고, 심상정 후보는 "합의가 존재했기 때문에 평화가 유지됐다"고 긍정했다.
북핵문제 해결 방안에서도 온도차를 보였다. 이 후보는 "최선의 해법은 조건부 제재 완화(스냅백)와 단계적 동시행동"이라며 "차기 정부 초기부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 문제를 풀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한미 간 긴밀한 전략적 협의를 통해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 억제력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공조해 대북제재를 철저하게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다만 '자체 핵 무장과 한미 핵 공유'에는 반대했다. 안 후보는 "많은 논의와 숙고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며 한미 핵 공유협정을 제안했고, 심 후보는 "북한이 핵을 보유할 이유 자체를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전선언에 대해선 이 후보는 "비핵화를 추동하고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유용하다"고 답했다. 심 후보도 "종전선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면서도 "협상의 공간을 여는 입구로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윤 후보는 "현 단계에서는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비핵화 진전 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폈다. 안 후보도 "최소한 비핵화가 보장된 비핵화의 입구로서 종전선언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중·한일관계에선 의견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후보들은 미중 갈등 속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관련해 '국익 우선'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사안에 따른 실용적 선택", 윤 후보는 "군사, 경제안보는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하되, 경제통상 등 분야에선 중국과 협력관계 발전"을 강조했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선 대부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이상적 목표로 꼽았다.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조건 없는 정상회담 추진', 윤 후보는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을 강조했다. 심 후보는 관계 회복의 전제조건으로 "식민지 역사에 대한 일본의 겸허한 자세"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