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은 최근 국내 전 사업장에 '27일부터 휴무를 권장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현장소장이 판단하기에 공정상 반드시 작업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공사를 하지 말라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설 연휴를 합쳐 7일가량 전국의 사업장 문을 닫게 되는 셈인데,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휴일 작업이 다반사였던 건설 현장에서는 이례적이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에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7일)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건설업계는 초비상이다. 법 시행에 대비해 1년 전부터 조직과 인력을 개편하는 등 내부작업을 마쳤지만 업종 특성상 사고 위험이 높은 데다 여론도 최악이라 건설사들은 절체절명의 위기감에 휩싸였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잔뜩 움츠러든 건설사들은 일단 '1호 처벌'만은 피하고 보자는 모습이 역력하다. 현장의 안전관리 지침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리는 한편 설 연휴를 길게 잡아 연휴 전후에 공사를 가급적 중단할 방침이다.
현대건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27일을 '현장 환경의 날'로 지정해 정리 정돈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만 현장에 남길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연휴가 끝난 뒤 3, 4일을 휴무일로 정해 최대 9일간 전국의 현장에서 공사를 중단한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무섭다고 무조건 공사를 멈출 수는 없지만 혹시라도 설 연휴 기간에 사고가 터지면 대응 자체가 어려우니 차라리 쉬어가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축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를 계기로 책임자 처벌 강화 등의 목소리가 커지자 건설사들은 앞다퉈 현장 안전 점검 수위도 높이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불시 안전 점검 횟수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며 "오히려 현장소장들이 본사에 점검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광주 사고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건설노동자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국내 건설 현장은 외국인노동자에게 의존하는데, 불법 체류자인데도 하청업체 직원으로 눈속임해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문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자 대부분이 불법 체류하는 외국인노동자인데 광주 사고로 이 같은 관행에 비판이 제기되자 최근 자취를 감췄다"면서 "일부 현장은 타설 노동자를 구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