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금쪽 같은 외동아들을 잃은 A씨가 14일 밤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았다. 그는 1시간 동안 줄곧 붕괴된 아파트를 바라봤다. 학동 참사로 잃은 아들을 떠올릴 때는 눈물을 흘렸고, 현대아이파크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은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쓰레기 봉지 더미 위에 쌓인 A씨의 담배꽁초에는 켜켜이 쌓인 슬픔도 담겨 있었다.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A씨가 애써 잊으려고 했던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사랑하는 가족이 콘크리트 잔해물에 깔렸고, 그 사고의 원흉이 HDC현대산업개발이라는 점에선 판박이였다. A씨는 "아내가 요즘 TV를 못 보게 한다. (붕괴 사고 보도를) 보면 울게 되니까"라며 "정신과 약과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에 들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A씨를 사고 현장으로 이끌게 한 건 '동병상련'이었다. A씨는 "붕괴된 아파트를 바라보면 그날의 사고가 떠오르지만, 실종자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지 안다"며 "특히 이번에는 누군가의 아버지가 화를 당했기 때문에 현장에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실종자 가족에게 미온적인 현대산업개발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학동 참사 당시 정몽규 회장이 조문 한 번 왔을 뿐, 진심 어린 사과도 없었다"며 "똑같은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정몽규 회장은 이번 사고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고,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도 사고 발생 이튿날 이후에는 유족과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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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구조 작업이 지연되는 것을 가장 걱정했다. 또 학동 참사 초반에 현대산업개발이 적극적인 보상을 약속했지만, 언론의 관심이 멀어진 뒤에는 돌변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A씨는 "사고 발생 서너 달쯤 지난 뒤 보상금 액수를 말했더니, '돈을 아끼고 싶지는 않지만 회사 방침 때문에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우리 제안을 받으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이번에도 똑같이 전개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이에 대해 "최대한 보상 협의를 원만하게 진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학동 건물 붕괴 사고가 수습되는 과정을 보며 대한민국이 '가진 자들의 나라'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이번에는 그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사고 수습과 보상이 끝날 때까지 관심을 가져주면 실종자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외롭지 않도록 말입니다." A씨가 귀갓길에 남긴 마지막 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