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먹튀' 사태, 김범수식 자율 경영과 몸집 키우기의 엇박자 결과"

입력
2022.01.15 14:00
위정현 중앙대 교수, 카카오페이 '먹튀'  진단
"수습 너무 늦어 그룹 전체·김 의장에 번져"
"'100여 계열사, 사회의식 강조한 김의장 철학 몰라"
"경영진 지금이라도 대국민사과하고 물러나야"

"카카오페이 사태는 전격적으로 조기 수습되어야 한다. 방식은 류영준 대표 사임과 임원들의 대국민 사과여야 한다. 그래야 카카오 그룹과 (그룹의 수장인) 김범수 의장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12월 31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모회사인 카카오의 차기 공동대표로 선임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의 스톡옵션 매각 논란의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앞서 류 대표는 회사 상장(11월 3일) 한 달여 만인 12월 10일, 부여받은 스톡옵션 71만2,030주 중 23만 주(32%)를 처분해 457억원의 차익을 챙겼고, 카카오페이 차기 대표로 내정된 신원호 기업전략총괄 최고책임자 등 다른 임원 7명도 스톡옵션을 10~40%씩 행사해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150억원 안팎을 챙겼다. 대표와 임원진이 집단으로 자사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우는 건 위법행위는 아니지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0만원 안팎이었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한달만에 30%가량 급락한 14만원대로 떨어졌다.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경영진의 주식 매각은 시장에 고점이란 인상을 줘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적자인 카카오페이의 향후 성장성을 믿고 투자한 기관과 '개미'(일반 소액투자자)도 큰 손실을 입었다. 우리 사주를 받았는데도 1년간 팔 수 없는 제약(보호예수)에 묶인 인카카오페이 직원들의 여론도 악화했다.

그러나 카카오 측은 직원 간담회서 대표 사과(4일) 외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는 기업들의 자회사 상장으로 줄곧 손실만 입어 불만이 누적된 개미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논란이 확산하자 결국 10일에서야 류 대표가 카카오 공동대표직 자진 사퇴를 표명했다.

위 교수는 이날 다시 페이스북에 "파문이 확산되자 마지못해 사퇴하는 꼴이 돼, 사퇴했어도 카카오 그룹 전체에 대한 불신과 김범수 의장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으로 번지게 됐다"는 글을 남겼다.

12일 한국일보와 만난 위 교수는 "이제는 사태 수습을 위해 신원근 차기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도 사퇴하고, 나머지 임원 7명도 사퇴하거나 보직 해임 후 백의종군 둘 중 하나 선택를 택해야 한다"며 "물론 대국민 사과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국전략경영학회 상임이사(2004년 4월~현재)이며,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 상장심사 기술평가(2006년 5월~2013년 3월)를 담당한 바 있는 위 교수로부터,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과 그 기저에 있는 자회사 상장 문제를 짚어봤다.


"성장동력인 자율 경영·자회사 상장이 발목 잡아"

-카카오페이 '먹튀' 사태가 벌어진 원인이 무엇인가?

"우선 부하들에게 자율성과 결정권을 위임하는 김범수 의장의 경영스타일이 양날의 칼이다. 리더가 믿고 보상해주니까 직원들이 열심히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하게끔 동기를 유발하는 강력한 도구로 작용하는데, 반대로 얘기하면 경영활동에 개입하지 않는다. 자유롭게 사업하도록 하고 큰 틀을 잡는 김 의장 리더십으로서는 특정 기업(자회사, 계열사)이 폭주하거나 근본적으로 궤도를 이탈하지 않지만 뭔가 선을 넘나들때 일단 내버려두고 볼 수밖에 없는 거다. '먹튀' 논란이 생겼다고 갑자기 개입할 수 없다.

또, 자회사 상장 러시다. 지난해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가 (금융 대장주인) KB금융을 능가했다.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서면서 경영진들이 인생이 바뀔 정도로 큰 보상을 받았다. 이것이 다른 계열사들을 자극해 무리한 경쟁이 시작됐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도 몇 백억 원을 보상받아 그만둬도 인생이 바뀌지 않았나.

김 의장의 경영스타일과 자회사 상장이 맞물리면서 자회사가 각개 각층으로 뛰어 이제는 제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넘어갔다. 부하들에게 위임하고 자발심을 끌어낸 것이 급성장할 때 굉장히 잘 작동하다 '모럴해저드'가 터지는 상황이 됐다."

-계열사가 128개(2021년 8월 기준)로 급속히 확장한 것도 영향을 주지 않았나?

"그렇다. 다른 창업자와 달리 김 의장은 사회적 의식이 강하다. 저에게도 '기업이 세상을 바꾸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한 기억이 오랫동안 남아 있다. 그런데 단기간에 100개 넘는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면서 급성장하니까, 선한 의도가 담긴 이런 김 의장의 철학이 공유되지 않는다. 카카오의 문화를 침투시키지 못해 창업자의 가치와 철학, 의사를 정확하게 모르거나 그걸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건 심각한 얘기다. 자율경영으로 이질적 기업문화를 내버려 두면, 창업자는 원치 않았는데 창업자의 사회적 가치를 깨는 쪽으로 자회사가 움직여 상당한 리스크가 된다. 전 계열사 관리 부담과 리스크가 너무 커졌다."


"차기 대표 및 임원 모두 사퇴해야... 대국민 사과는 필수"

-카카오페이 '먹튀' 사태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현 상황은 불을 끌 타이밍을 놓쳐, 카카오그룹 전체에 터진 폭발물이 번지는 형국이다. 당장은 류 대표와 함께 (차기 대표로 내정된) 신 대표도 빨리 사퇴해야 하고, 신 대표를 포함해 (스톡옵션을 매각한) 나머지 임원들이 사임하든지 아니면 보직해임하고 백의종군해야 한다. 회사를 떠나든지, 회사에 있겠다면 평사원으로 남아야 한다는 얘기다. 더불어 자기들이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대국민사과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일상 생활속에서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무료로 이용하게 해줘 존경받았던 카카오가 지금 보니까 이윤 추구(돈)가 목적인 여느 기업과 똑같다는 인식을 줘 '국민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훼손돼서다. 김 의장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세 차례나 출석해 '초심으로 돌아가 잘 하겠다'며 사과한 것도 물거품이 됐다."

카카오는 13일 수습책을 내놨다. 전 계열사 임원은 상장 후 1년간 주식(스톡옵션 행사 주식 포함)을 매도할 수 없고,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매도 제한 기간을 2년으로 더 엄격히 했다. 임원이 주식을 매도할 경우, 전 계열사 전략방향을 조율·지원하는 위기관리기관인 카카오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와 소속사에 1개월 전 그 수량과 기간을 공유하도록 했다.

-사태해결에 나선 카카오측은 개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먹튀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

"대표 포함해 임원진 8명이 동시에 매각한 건 사실상 '작전'한 거나 다름없다. 이 정도 사안이라면 김 의장이 몰랐을 리 없어 (사전에) 보고했을 것이라 의심한다. 그런데 (사전 보고 여부와 상관없이) 김범수 의장한테 불이 번진다. 만약 보고받았다면 이런 중대한 배임, (기업인으로서) 부도덕한 행위를 승인해 준 것이고, 사전에 보고 받지 못했다면 이런 중대한 사안을 관리하지 않고, 방치한 셈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모두 (김 의장에게는) 퇴로가 없다."


자회사 상장에 '불만' 개미들, '카페' 먹튀로 폭발

위 교수 지적처럼 논란이 확산한 기저에는 자회사 상장 문제도 있다. 자회사 상장은 핵심 사업이 빠진 기존 모회사의 가치(주가) 하락을 수반, 소액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이는 카카오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업들이 핵심사업을 떼어내(물적분할) 자회사를 만들고 상장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SK케미칼은 백신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한 뒤 상장했고, LG화학도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도 일반청약(18~19일)을 거쳐 이달 말 상장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그룹은 유독 자회사 상장이 잦았다. 최근만 해도 카카오게임즈(2020년 9월), 카카오뱅크(2021년 8월), 카카오페이(2021년 11월) 등 여러 자회사가 상장됐다. 올해도 상반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하반기 카카오모빌리티 등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카카오는 13일 발표된 수습책에서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정치권과 당국은 자회사 분할 및 상장 문제가 커지자 모회사 주주에게 우선청약권 부여 등 주주 보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잇따른 자회사 상장 어떻게 봐야 하나?

"자회사가 외부 투자를 많이 받은 경우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수익을 회수하고 나가야 하는 투자자들에게 대박은 아니더라도 일정한 정도 보상을 해줘야 되는데 그 방법이 현재 IPO 외에는 없다. 그러다보니 무리한 비즈니스 모델과 엄청난 적자 안고 있는데도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한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사업 추진했다 택시업계 등 기존 산업의 강력한 저항과 마찰에 직면했고, 미용실 꽃배달 등으로 확장하다 골목상권 이슈로 번지기도 했다. 상장하면 더 큰 논란이 될 수 있다."

-자회사 상장이 왜 요즘 유독 문제가 되나?

"(자회사) 규모가 작으면 별 문제 없겠지만, 기업가치가 너무 커 문제다. 성장성이 보이는 미래 산업이니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모 회사가 '앙꼬 없는 찐빵'이 돼버려 전혀 혜택이 없다. 기업가치가 100조 이상으로 평가되는 엘지에너지솔루션은 정말 큰 이슈다."


"자회사 상장 주주 피해보면 집단소송으로 보상해야"

-다른 나라에서도 모회사와 자회사 동시상장이 흔한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물적분할을 해도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알파벳은 구글과 유튜브 등 100여개의 유망 자회사가 있지만, 상장사는 유일하게 알파벳 단 한 곳이다. (자회사 상장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투자자 전체에 보상해야 하는) 집단소송(class action) 때문에 이렇게 크게 문제가 된 사례가 없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물적분할 및 자회사 상장은 증권 관련 집단소송의 적용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소액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소송 제기가 불가능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현실과 대조된다. 왜 이런 지 물어봤더니 위 교수는 "우리나라는 소비자 중심이 아니라 기업 중심 사회"라며 "주식시장에서는 일반 투자자가 아닌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중심이라는 얘기라, '개미'의 권익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기업은 주주 소유라는 개념이 박혀 있는 미국의 기업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미국에서 주주는 CEO를 임명해 고용한다고 인식하지만, 한국에서 주주는 주인이라 생각하지 않고 단지 차익 실현해 떠나는 사람일 뿐이다. 예컨대 주주총회를 보면 알 수 있다. 버크셔해서웨이 CEO인 '투자의 신' 워렌버핏은 주주 몇 만명이 모여 1박2일 동안 주총을 하며 주주 질문에 자세히 설명한다. 반면 국내 기업 주총은 문제 제기하는 주주 입 막으려고 보안요원이 대기하고 10분만에 끝나기도 하지 않나.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스톡옵션 논란이나 자회사 상장 시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한가?

"법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먼저 스톡옵션은 상장 이후 일정 기간 매각하지 못하도록 보호예수하는 방안이 나온다.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이나 주식을 못 팔게 할지가 쟁점이 될텐데, 그런 논의 자체가 슬픈 얘기다. 자회사 분할·상장은 집단소송 제도를 만들어 피해 보는 주주들에게 보상하도록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거 같다."

박민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