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붕괴 현장, 작년 안전점검 9회에도 위험 감지 못해

입력
2022.01.15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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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국토관리청 점검에도 사고 조짐 못 찾아
전문가·민원인 "보다 엄격한 안전진단 했어야"

대형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 및 주변에 대해 당국이 지난해 9차례 안전점검을 하고도 사고 위험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7번은 사고 현장에서 진행됐지만 매번 검사 장비 없이 눈으로 외관을 점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서구청과 국토교통부 산하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해 1월, 2월, 3월, 6월, 7월, 9월(2회), 11월, 12월에 화정아이파크 공사장 일대에서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1월과 7월 점검은 주민 민원에 따라 공사장 인근 상가와 주택에서 이뤄졌고, 또 다른 7차례 점검은 모두 공사 현장 대상이었다.

서구청은 지난해 3월 분기별로 시행하는 관내 건설현장 시공·감리 실태 점검 대상에 화정아이파크를 포함시켰다. 점검을 맡았던 구청 관계자는 "시공 관리 상황 등을 모두 점검했지만 붕괴 조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점검에서 콘크리트 굳기 측정은 없었다. 이 관계자는 "대신 타설 콘크리트가 150루베(㎥)씩 들어올 때마다 공기량, 슬럼프(반죽 질기), 초기 강도 등을 검사했고 그 결과 적합 판정이 나와 타설이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청은 2월(해빙기), 6월(우기), 12월(동절기)에도 공사 현장에서 계절별 안전점검을 실시했고, 9월과 11월엔 일반 실태 점검을 했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안전 점검은 9월에 진행됐다. 당시 점검은 육안으로 이뤄졌고 일부 시설의 추락 위험, 노면 배수 처리 미흡 등 비교적 가벼운 문제만 지적됐다.

화정아이파크 공사장 인근 건물에 대한 두 차례 안전점검은 상인과 주민들이 "공사 때문에 바닥 균열이 생기고 지반이 침하했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하면서 이뤄졌다. 자료조사, 육안조사, 지반탐사조사를 거쳐 안전등급을 산정하는데, 점검을 받은 상가와 주택 건물은 '양호'에 해당하는 B등급을 받았다.

구청 안전관리자문단이 1월 점검 보고서를 바탕으로 그달 29일 민원인에게 제공한 의견서에는 "구조물(상가 및 주택)이 충격, 진동, 지하수 변화와 같은 외부요인에 취약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날 작성된 진단 결과 알림서는 "현재 발생한 균열 및 이격은 (화정아이파크) 공사와 인과관계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고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안전 문제가 제기된 만큼, 당국이 외관 조사 위주의 안전점검보다는 검사 장비로 한층 엄격히 진행되는 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안전점검 유형에 일부 장비를 동원하는 정밀안전점검이 있지만, 지난해 9차례 점검 중 정밀점검이 이뤄진 건 공사장 주변 상가·주택에 한정됐다.

업계에 따르면 안전진단은 당국이 안전점검을 실시한 뒤 시설물의 재해·재난 예방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실시한다. 안전진단은 각종 측정 및 시험 장비를 동원해 건축물 결함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재료 시험이나 부재별 상태 평가도 병행돼 보다 심층적 분석이 가능하다.

한 전문가는 "안전진단을 하면 지반 조사, 물리탐사 등을 통해 지반 침하, 건축물 균열 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며 "안전 관련 민원이 그만큼 많았다면 당국이 안전진단을 해볼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석선 화정아이파크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구청에선 현장 관리가 잘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붕괴 사고가 난 걸 보면 검사 자체가 요식행위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