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 여론을 들끓게 했던 일본 나루히토 왕의 조카 마코가 결혼한 후, 주간지의 관심이 마코의 남동생인 히사히토(15)에게 쏠리고 있다. 히사히토는 현 일왕의 동생인 아버지 후미히토에 이어 왕위 계승 서열 2위다. 일본 여론은 일왕의 승계나 호칭을 정하는 ‘황실전범(皇室典範)’을 고쳐서라도 아들이 없는 나루히토의 외동딸 아이코가 다음 왕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강한 반면, 마코와 히사히토가 속한 아키시노노미야 가문 쪽으로 넘어가는데 대해선 부정적인 편이다.
슈칸신초(週刊新潮) 최신호는 히사히토의 쓰쿠바대 부속고교 진학설과 관련, ‘왕실 특권’ 비판이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앞서 슈칸분슌(週刊文春)도 지난해 말 “히사히토의 진학처는 쓰쿠바대 부속고”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학교는 도쿄대 합격자를 매년 30명 가까이 배출하는 도쿄도 내 최고의 명문고 중 하나다. 일본 중학생들은 고교 입시를 치른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입학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야 합격한다. 하지만 히사히토는 시험 없이 ‘특별경로’로 진학하려 한다는 것이 논란의 요지다.
히사히토는 유치원 시절부터 중학생인 지금까지 오차노미즈여대 부속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 학교는 고교가 여학교라 다른 학교로 진학해야 한다. 도쿄농업대 부속고 등 몇몇 고교가 후보로 거론되지만 가장 유력한 쪽은 쓰쿠바대 부속고다. 쓰쿠바대와 오차노미즈여대는 2017년부터 ‘제휴교 진학’이란 제도를 도입했는데, 입학시험 없이 면접과 서류 심사만으로 두 대학 부속학교 전입이 가능해진다.
슈칸신초의 궁내청 출입기자에 따르면 이 제도가 신설된 것은 히사히토가 중학교 진학을 앞뒀던 시기로, 5년간 시한부로 시행된다. 기자는 “정확히 히사히토의 고교 진학 시점까지”라면서 “실제로 이 제도를 활용해 입학한다면 왕실특권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히사히토만을 위해 마련된 제도라는 추측까지 나온다.
히사히토가 2009년 오차노미즈여대 부속 유치원에 들어갔을 때도 왕실 특권이란 의심이 제기됐다. 명문 학교의 부속 유치원에 입학하려면 추첨 등을 통해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통과해야 하지만, 히사히토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입학했기 때문이다. 당시 오차노미즈여대는 여성 교원·연구자의 자녀를 부속학교에 받아들이는 특별 입학제도가 있었는데, 히사히토의 모친인 키코 왕세제비가 이 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입학시켰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 제도 역시 히사히토의 합격이 정해지기 딱 1년 전에 시작돼 의심을 받았다.
슈칸신초는 히사히토가 쓰쿠바대 부속고 진학 후 다시 특별전형 방식으로 도쿄대에 입학, 사상 최초의 ‘도쿄대 출신 일왕’이 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했다. 여론도 실력이 안 되는데 억지로 명문학교에 보내려 한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물론 히사히토가 어느 고교에 진학할지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는데 지나친 억측과 흥미 위주 기사가 난무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간 겐다이는 “어디에 진학한다 해도 본인 의사에 의한 선택이란 점이 가장 중시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왕실 전문기자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