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린의 '알파인 5관왕' 대업이냐, 고자·블로바의 반격이냐

입력
2022.01.14 17:31
20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에서 한 선수가 딸 수 있는 금메달은 활강과 회전, 대회전, 슈퍼대회전, 복합까지 모두 5개다. 알파인 스키 5개 금메달에 모두 도전하는 선수가 있다. ‘스키 여제’로 불리는 미국의 미케일라 시프린(27)이다. 최고 전성기인 나이에 73번의 월드컵 우승을 일궈낸 경험이 있어 충분히 해볼 만한 도전이다.

시프린은 지난 12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슐라드밍에서 열린 2021-22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 여자 회전 경기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 32초 66으로 우승했다. 그의 47번째 월드컵 회전 종목 우승이자, 알파인 월드컵 단일 종목 역대 최다 우승이다.

종전 기록은 남자부의 잉에마르 스텐마르크(은퇴·스웨덴)가 대회전에서 따낸 월드컵 46승이었다. 시프린은 이날 우승으로 통산 월드컵 73승을 기록해 남녀를 통틀어 현역 최다승이자 은퇴 선수를 포함해서는 86승의 스텐마르크와 82승의 린지 본(은퇴·미국)에 이은 3위에 올랐다.

2013년 세계선수권 회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시프린은 2016-17시즌부터 3년 연속 종합 1위를 놓치지 않았다.

회전이 주종목이지만 다른 종목의 실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2017년과 2019년 세계선수권 회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는 슈퍼대회전에서 우승했고, 2016-17 월드컵에서는 회전, 활강, 대회전을 모두 석권했다. 소치올림픽 땐 회전에서 금메달을, 평창에선 대회전과 복합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다.

시프린은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알파인 스키 전 종목에 출전할 계획이다. 시프린은 평창에서는 회전, 대회전, 복합에 출전했고 소치 때는 회전과 대회전에만 나갔다.


‘스키 여제’의 올림픽 전관왕 도전에는 강력한 라이벌들이 있다. 소피아 고자(29·이탈리아)와 페트라 블로바(27·슬로바키아)다. 5개의 알파인 세부 종목 중 적어도 활강에서만큼은 고자가, 회전에서는 블로바가 시프린을 압도하는 중이다.

고자는 2021-22 시즌 세 차례 치러진 월드컵 활강에서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지난 시즌엔 첫 대회만 2위를 했을 뿐, 나머지 네 번의 레이스에서 모두 1위를 했다. 1년 동안 월드컵 활강에 7번 출전해 전승을 달린 것이다.

고자는 평창올림픽 활강에서 첫 올림픽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평창 이후엔 부상을 달고 살았다. 2018년 10월 오른쪽 복사뼈 골절, 2020년 2월엔 왼팔 골절로 시즌을 접었다. 지난해 1월에도 오른쪽 무릎 복합 골절상을 입어 세계선수권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월드컵에선 무적 행진 중이다. 개인 통산 16승 중 9승(활강 7승·수퍼대회전 2승)을 딱 1년 사이에 거뒀다.


회전 부문만큼은 현 시점에서는 블로바가 최강이다. 블로바는 2018-19시즌 월드컵 회전 누적 2위, 종합 2위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2019-20시즌에는 시프린을 제치고 처음으로 회전 1위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에는 회전 3위, 종합 1위에 올랐다.

블로바는 2021-22 시즌 열린 6번의 월드컵 회전에서 5승째를 챙겼다. 올 시즌 놓친 유일한 월드컵 회전 금메달은 시프린이 차지했다. 회전 부문만으로 따진 월드컵 순위에서 블로바가 580점으로 2위 시프린(340점)을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

시프린이 전 종목 금메달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라이벌인 고자와 블로바를 반드시 꺾어야만 한다. 만약 그렇게 되면 시프린은 초유의 5관왕 달성의 가장 큰 산을 넘게 된다.

김기중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