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가입 연령 하한을 만 18세에서 16세로 낮춘 정당법 개정 이후 첫 '16세 당원'이 탄생했다. 총선 및 지방선거 출마 연령을 만 18세로 낮춘 지난해 말 공직선거법 개정에 이어 청소년 정치 참여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와 더불어 학생들의 정당 활동이 교육 현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정당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1일 오후 고등학교 1학년생 김재희(16)군이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김군은 "고3이 되자마자 입당하려 했는데 이번에 16세로 가입 연령이 낮아진다는 소식을 듣고 본회의가 끝날 때를 기다렸다가 바로 왔다"라고 말했다. 김군은 이번 정당법 개정에 따라 16세가 정당에 가입한 제1호 사례로 파악된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이날까지 16세 청소년이 입당 신청을 한 일은 없다고 밝혔다.
김군은 "2016년 탄핵 촛불 집회를 계기로 정치가 어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경북 영양군에 사는 김군은 농촌 문제를 중심으로 정당 활동을 해나갈 예정이다. 김군은 "영양군엔 안과가 없어 병원에 가려면 인근 도시로 30분 이상 운전해 가야 한다"며 "친구들과 늘 이야기하던 주변 문제들부터 해결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군과 같은 나이로 부산에서 노동당 '법외 당원'으로 활동해온 김찬(16)군도 "감회가 새롭다기보단 이제야 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참정권 연령 하향에 반가움을 표했다. 당 활동에 연령 제한을 두지 않은 노동당 내규에 따라 3년째 당비를 내며 활동 중인 김군은 2020년 4월 총선 때 선거운동에 참여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배성민 노동당 부산시당위원장은 김군의 선거운동을 제지하지 않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벌금을 물기도 했다.
김군은 개정 정당법이 18세 미만의 당원 가입은 부모 동의를 거치도록 한 점, 개정 공직선거법에 '18세 미만 선거운동 금지' 조항이 그대로인 점을 지적하면서 "앞으로도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위한 정당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현장에선 청소년 정치 참여 확대를 마냥 환영할 순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 교사 한모(27)씨는 "정치를 주제로 한 수업시간엔 토론에 불이 붙을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깊은 학생이 적지 않다"며 "정당 활동까지 허용한다면 생각이 다른 학생들끼리 충돌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사에게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현 상황에서 학생 지도가 쉽지 않아질 것"이라며 "교사들이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 지도 방침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법 개정 취지를 반영한 학생 지도 지침을 교육부와 협력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당 가입과 피선거권 연령 하한이 이뤄지면서 학교에서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교육부와 협의해 수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