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3일 아파트 용적률을 500%까지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낮추고, 리모델링을 할 때 혜택을 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불만이 큰 서울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서울 노원구의 한 노후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와 정책 간담회를 가진 뒤 이런 내용을 담은 재개발ㆍ재건축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재개발ㆍ재건축은 도심 내 중요한 주택 공급 수단이며, 도심 슬럼화를 막고 거주 주민 주거의 질을 높이는 필수적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재개발ㆍ재건축 신속협의제 도입과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할 수 있는 4종 주거 지역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신속협의체 도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민이 합의하면 통합 심의를 통해 인허가 절차를 줄여 사업 기간을 단축해 주는 내용이다.
이 후보는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받을 수 있는 4종 주거지역 신설도 공약했다. 현재 일반 주거지역은 1종(용적률 100~200%)부터 3종(100~300%)까지만 있다. 준주거지역은 용적률 최대 500%가 가능하지만, 대신 상업시설을 둬야 한다. 4종 주거지역이 생기면 상업시설이 없는 주거지역도 용적률 500%를 받을 수 있는데, 용적률이 높을수록 재건축으로 조합에 돌아가는 이익이 커지기 때문에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다만 이 후보는 “과도한 개발 이익이 발생하는 사업 계획은 적절히 공공 환수를 해 지역사회에 환원되게 하겠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청년 주택 같은 공공 주택 공급”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재개발ㆍ재건축 숨통을 틔워주되 과실의 일부는 나누겠다는 의미다.
노후 아파트 재정비를 늦추는 주요 원인인 재건축 안전진단과 관련해 이 후보는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는 “거주민 삶의 질 상향 관점에서 재건축 안전 진단 심사가 이뤄질 수 있게 구조 안전성 비중 하향 같은 제도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했다. 겉은 노후한데 뼈대만 튼실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재건축 대안으로 활용되는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도 내놨다. 이 후보는 “리모델링 특별법을 제정해 가구 수 증가와 수직 증축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조합 입장에선 아파트 리모델링 시 수직 증축이 허가돼야 가구 수를 더 많이 늘릴 수 있어 좋다. 이런 수직 증축을 더 쉽게 허가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거듭 고개를 숙였다. “어떤 정책도 교조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다시 한번 국민들께 부동산과 주택 문제로 고통받게 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도시 정책에 대해서도 “여러 개혁 정책을 통해 서울시를 많이 발전시켰다고 생각하지만, 도시 재정비 문제 관련해서는 보수적 가치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 후보가 방문한 노원구 상계동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협위원장인 지역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013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곳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가 적진 깊숙이 들어갔다"는 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