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3일 여성가족부의 더불어민주당 대선공약 개발 관여 의혹과 관련해 추가 증거를 제시했다.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꺼내든 '여가부 폐지' 공약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게임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가부가 민주당을 위해 만든 대선공약 원본을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이 공개한 '(여가부) 정책공약(안)(ver.3 차관님 회의 후)'이라는 제목의 자료가 지난해 7월 29일 김경선 여가부 차관 지시로 작성된 대선공약이라는 것이다. 문건은 표지를 포함해 36쪽 분량이며 총 19개 공약을 담았다.
공개된 자료에서 여가부는 △성별 격차 개선 지원센터 설치 △젠더 폭력 대응 체계 강화 △아이 돌봄 지원 확대 등을 제안했다. 하 의원은 특히 여가부가 공약별 투입되는 예산과 실천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을 지적하며 "선거공약이란 것이 명확히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부서 명칭에 청소년 포함'이라는 공약의 기대효과로 '청소년계 지지 획득'이라고 적은 것에 대해선 "지지층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효과도 명시했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지난해 10월 김 차관이 직원을 대상으로 정책공약 개발을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이메일을 공개하며 공무원의 정치 중립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메일에는 "'공약' 관련으로 검토한다는 내용이 일체 나가지 않도록 하며, '중장기 정책과제'로 용어를 통일할 것"이란 내용이 담겨 있어 '은폐' 의혹까지 제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김 차관 등 공무원 2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하 위원장은 회견에서 "여가부의 대선 공약이 어떻게 이재명 대선후보를 도왔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윗선의 지시 없이 여가부 독자적으로 벌일 수 없는 일이므로 청와대 입장까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가부는 이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만 언급했다. 지난해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문제가 된 회의는 여성·가족·청소년 분야 중장기 정책과제 개발을 위한 것이었으며 특정 정당의 공약과는 무관하다"며 "선관위 조사에서 충실히 소명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