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물러난 '멸공' 논란 정용진 "동료와 고객 발길 돌리면 정당성 잃어"

입력
2022.01.13 17:35

'멸공' 발언으로 촉발된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3일 "저의 자유로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이라는 사과성 메시지를 내놨다.

멸공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고 신세계그룹 계열사에 대한 '불매 운동'과 '구매 운동'으로 과열된 상황에서 그룹 내 직원들까지 자신의 자중을 촉구하자 스스로 수습에 나선 모습이다.

정 부회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마트 노조의 비판 성명을 다룬 한국일보 기사를 캡처해 올리면서 "나로 인해 동료와 고객이 한 명이라도 발길을 돌린다면 어떤 것도 정당성을 잃는다. 저의 자유로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입니다"라고 적었다.

앞서 정 부회장은 멸공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을 잇달아 올려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지난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이 들어간 기사와 함께 멸공을 올리면서 그룹의 중국 사업에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이에 정 부회장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는 대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을 올리며 자신의 멸공은 북한에 대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마트를 찾아 멸공을 연상시키는 멸치와 콩을 구매하면서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정 부회장은 여야가 자신의 멸공 발언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 신세계 주가마저 급락하자 지난 10일 더는 멸공 관련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반나절 만에 신세계그룹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 관련 이미지를 올리거나, 북한 관련 기사와 함께 '○○'이라고 적은 글을 올렸다가 삭제해 논란은 계속됐다.

이에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전날 "고객과 국민에게 분란을 일으키고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정 부회장의 언행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멸공도 좋지만 본인이 해온 사업을 먼저 돌아보라"며 '오너 리스크'를 우려하는 성명을 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그간 고객과 임직원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해왔는데 이번 일로 그런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고객과 임직원이 받은 상처는 전적으로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사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