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KF-5E 조종사, 추락 순간 민가 피하려 비상탈출 포기했다

입력
2022.01.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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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 심정민 소령... 14일 영결식
문 대통령 "살신성인은 軍의 귀감"

11일 KF-5E 전투기 추락으로 순직한 조종사는 엔진 이상 신호에도 민가를 피하려고 탈출을 미루다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던 조종사는 2016년 임관한 심정민(29) 대위다. 공군은 사고 후 고인의 계급을 소령으로 추서했다.

공군은 13일 “비행사고 대책본부가 일부 비행기록 장치를 분석한 결과, 순직 조종사는 다수의 민가를 피할 목적으로 조종간을 놓지 않은 채 민가에서 100m 떨어진 야산에 충돌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심 소령이 사고 직전 이륙한 경기 수원 소재 공군10전투비행단과 경기 화성 일대는 민가가 밀집된 지역이다.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심 소령이 조종한 KF-5E는 11일 오후 1시 43분쯤 정상적으로 수원기지에서 이륙했으나, 상승하면서 좌측으로 선회하던 중 양쪽 엔진에 화재 경고등이 켜졌다. 여기에 조종 계통의 결함까지 발생하자 심 소령은 관제탑과 교신에서 비상탈출을 뜻하는 ‘Ejection’을 두 차례 외치며 비상탈출을 시도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공군 관계자는 “KF-5E 비상탈출 좌석은 2013년 신형으로 전량 교체됐다”며 “심 소령이 민가를 회피하기 위해 비상탈출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만 먹었다면 비상탈출 장치를 작동시켜 본인의 목숨은 구할 수 있었던 셈이다. KF-5E는 미국에서 1950년 개발된 F-5의 개량형으로, 1983년부터 국내에서 조립ㆍ생산됐다. 이번에 사고가 난 항공기는 1986년에 배치돼 36년 된 노후 전투기다. 2000년대 들어 12대나 추락할 정도로 결점이 많아 조종사들이 기피하는 기종이기도 하다.

1993년생인 심 소령은 공군사관학교 64기로 임관한 뒤 F-5를 주 기종 삼아 5년간 임무를 수행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호국훈련 유공 표창을 받을 정도로 유망한 조종사였다. 주변에 “언제나 전투조종사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결혼 1년 차로 알려져 주위를 더 안타깝게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조국 하늘을 수호하다가 순직한 심 소령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의 살신성인은 언제나 우리 군의 귀감이 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심 소령의 영결식은 14일 오전 9시 소속부대인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엄수되며,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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