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여부 비공개는 비겁"...백신 신봉론자로 전향한 트럼프

입력
2022.01.13 17:04
'어차피 백신 맞아야 하는데...내 재임 시절 개발'
정치적 이해득실 고려한 행보 해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 그간 회의적 태도를 보여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신 ‘신봉자’로 돌아섰다. 백신 효과를 강조하는 게 현재로선 자신에게 정치적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란 계산에 따른 '정치적 전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저녁 원아메리카뉴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몇몇 정치인들이 인터뷰하는 것을 보고 '부스터샷(추가접종) 맞았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 질문에 얼버무리며 '오, 오'라고만 하는데 이는 '그렇다'라는 의미"라며 "그들이 (접종 사실을) 밝히지 않는 것은 비겁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백신 접종에 거부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접종 여부를 함구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신 접종 의무화를 공공연하게 반대해온 대표적인 백신 회의론자였다. 지난해 9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부스터샷을 반대하진 않지만 나는 맞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같은 해 10월 더퍼스트TV에서도 "내가 대통령이라면 백신을 의무적으로 접종하라는 조처를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12월 돌연 부스터샷 접종 사실을 고백했다.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그는 "부스터샷을 맞았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든 지지자들은 이런 그에게 거센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얼마 후 공개된 다른 인터뷰에선 "백신은 효과가 있다. 입원하는 사람들은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이라며 백신을 향한 신뢰도 드러냈다.

백신 불신에서 옹호로 바뀐 행보는 '정치적 득실'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간 백신 접종 의무화에 비판적이었던 데에는 공화당과 자신의 지지층 상당수가 백신 회의론자인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백신 신봉론자로 전격 전향한 것은 자신의 재임 시절 백신이 개발됐다는 점을 업적으로 부각하는 게 정치적 이득이 더 클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들은 미국에서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백신 3종이 신속히 개발될 수 있었던 건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당시 이른바 '워프 스피드’(Warp Speed) 작전'을 통해 빠른 백신 개발을 독려한 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적' 조 바이든 대통령마저 지난해 12월 21일 백신 주사를 맞으며 "트럼프의 공로가 크다"고 밝힐 정도였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어차피 백신을 맞아야 한다면 차라리 백신 접종을 자신의 공적으로 전환하는 게 향후 정치 행보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는 얘기다.

백신 접종 여부를 밝히지 않는 정치인을 향해 "비겁자"라고 쏘아붙인 것 역시 공화당 내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겨냥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해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공화당 내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그는 지난달 폭스뉴스에 출연해 "나는 내가 해야 하는 것은 다 했다"면서도 "(부스터샷은) 결국은 개인의 결정"이라며 우물쭈물한 모습을 보였다. AP통신은 "차기 대선 후보군들과 차별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백신 개발과 접종을 용이하게 한 자신의 성공을 드러내려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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