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측 "변호사비 대납 의혹 조작… 국민의힘, 죽음 악용 말라"

입력
2022.01.13 14:30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의힘 등의 정치적 악용 자제해야"
"의혹 자체에 대해선 대응 계획 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를 누군가 대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이모(54)씨가 사망하자, 민주당 측은 국민의힘 등에 "정치적 악용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세가 지나칠 경우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1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국민의힘이나 기타 정당 혹은 다른 정치 지형에서는 이걸 정치적으로 자꾸 악용하고 있는데 자제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필요하다면 그에 대한 법적 조치 같은 것들을 고려해 볼 수는 있다"는 엄포도 놨다. 전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정에서 '이 후보의 간접살인'이라고 규정한 것을 겨눈 말이다. 김 원내대표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전 개발1처장에 이은 세 번째 죽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당장 적극적인 대응을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고인의 사망 원인을 경찰이 조사 중이고 폐쇄회로(CC)TV를 확보했다고 하니까 조사 내용을 좀 더 지켜보고 판단을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이씨가 대동맥 박리 및 파열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의 구두 소견을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동맥 박리 등은 주로 고령이나 고혈압·동맥경화 등 기저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심장질환"이라며 "향후 혈액 및 조직, 약물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숨진 이씨가 의혹 조작한 것으로 검찰 조사 마무리 수순"

이씨는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허위 사실 유포)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들의 수임료를 누군가(또는 어떤 회사가) 대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중 검찰 출신 이모 변호사에게 현금 3억 원과 20억 원 상당의 상장사 주식이 전달됐다며 관련 녹취록을 친문(親文) 단체 '깨어있는시민연대당'(깨시민당)에 제보했다. 깨시민당은 이를 근거로 이 후보 등을 지난해 10월 검찰에 고발해 현재 수원지검이 수사 중이다.

김 의원은 이날 이씨가 무고 혐의로 고발당했다는 사실을 부각하며 그가 해당 의혹을 꾸며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설명한 사건의 전말은 아래와 같다.

김용민 의원이 주장하는 사건의 전말
-이모씨, 최모씨, 검찰 출신 이모 변호사, 사업가 A씨가 등장인물 -이모씨와 최모씨가 사업가 A씨에게 이 모 변호사를 소개해 주기로 함. 수임료를 절반(2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깎았다고 내세우며 A씨로부터 1억 원을 기부금(소개비)으로 받자고 모의 -앞서 최씨, 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저렴하게 맡긴 적이 있었음. 결과도 좋아 고마운 마음에 10억 원짜리 사건을 수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음 -이후 이씨는 사업가 A씨가 듣는 데서 최씨와 통화. A씨가 '이 변호사 수임료가 굉장히 비싼데 덕분에 저렴하게 사건을 맡길 수 있구나'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 녹취록을 보면 주로 이씨가 말하고 최씨는 "네"라는 대답만 반복. 여기까지가 첫 번째 녹취록 내용 -두 번째 녹취록에는 이씨, 최씨, 이 변호사 삼자 대화가 담김. 이씨가 이 변호사에게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수임료를 많이 받은 거냐"고 유도 질문. 이 변호사는 "네"라는 답변 반복. 그러나 이씨가 자리를 뜬 뒤, 이 변호사는 어리둥절해 하며 최씨에게 "저 사람 지금 무슨 얘기하는 거냐"고 질문 -이씨와 최씨는 이후 앞선 통화(첫 번째 녹취록)에 대해 말다툼. 최씨가 "수임료로 현금 10억 원을 주기로 했지 않나. 왜 일부는 주식으로 준다는 말을 하나"라며 말 맞추지 않은 내용을 얘기했다고 따짐

김 의원은 "최 모씨가 이 같은 내용의 진술서를 검찰에 두 차례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변호사 대납 의혹은 사실상 '조작한 것 아니냐'는 것으로 거의 마무리 수순"이라며 "국민의힘도 한참 떠들다가 이후엔 얘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변호사인 김 의원은 또 "어떻게 될 줄 알고 주식을 받나"라며 변호사비를 주식으로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