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해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는 지난해 9월과 지난 5일에 이어 3번째로 김 위원장까지 직접 참관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발사를 ’최종 시험 발사’로 표현하면서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완성을 주장한 것이다.
앞선 시험에서 북한이 기술을 과장하고 있다며 평가절하했던 우리 군 당국은 이번 발사에 대해선 “탐지한 제원의 특성을 평가 중”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가 엇갈려 섣불리 단정할 수 없지만 북한의 빠른 기술적 진전은 예사롭지 않다. 북한의 주장대로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이 완성돼 실전 배치까지 된다면 사드나 패트리엇 등 기존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1단 발사체가 분리된 뒤 활공 또는 하강 단계에서도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유지하며 비행 경로와 궤적을 변화시킬 수 있어 요격망을 피할 수 있다.
핵탄두를 장착한 극초음속 미사일이 우리 안보에 가하는 위협은 두말할 필요 없이 엄중한 사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과대 해석해 안보 공포감을 조장해서도 안 될 일이다. 북한이 핵 미사일을 쏜다면 이는 대응 시스템 여부를 떠나서 한반도 자체가 공도동망(共倒同亡)하는 상황이다. 과거 미소 냉전이 그랬듯이 핵 미사일 문제에는 안보만이 아니라 외교가 반드시 함께해야 하는 이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전날 북한이 핵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면 킬 체인이라는 선제 타격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우리가 북한 미사일 진전에 따른 군사적 대응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지만, 외교적 관점이 빠진 채 안보적 시각만으로 선제 타격을 거론하는 것은 긴장의 악순환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